조르조 아감벤 『내용 없는 인간』
집이 불에 타오를 때에만
처음으로 집의 골조가 또렷이 드러나듯이,
운명의 극단적인 한계에 도달한
예술 고유의 근원적인 모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 조르조 아감벤 『내용 없는 인간』 중에서
<나의 단상>
예술뿐만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에서도,
나를 둘러싼 이 세계에서도,
극단적 한계 상태에 다다르면 결국
근원이 드러나고야 만다.
그러니까
불에 타고 있는 그 순간은
오직 고통뿐인 것 같지만
불에 다 타고 나서야 나타나는 것들,
그 근원을 인지하고 새로운 사유가 시작된다면
고통이 고통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소진된 시간들이 일단락되었다.
그 이후에 우리는 무엇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