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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엿한 마음으로

윤이형 『개인적 기억』

by 서정아

모든 업무가 끝나고 내 방으로 돌아가면

고단한 몸에 어엿한 마음이 밀려왔다.

무너지지 않고 살아낸 하루치의 현재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나는 아무런 장식이 없는 침대와 조그만 책상,

의자 하나, 그리고 옷장이 전부였던

그 방의 단출한 가구가 마음에 들었다.


- 윤이형 『개인적 기억』 중에서




책읽는여자.jpg Woman Reading by a Paper-Bell ShadeHenry Robert Morland (English, 1716 – 1797)


<나의 단상>


‘고단한 몸에 어엿한 마음’

소설 속 어떤 구절들은

단어 하나로 나를 충분히 위무한다.


* 어엿하다

: 아무 손색이 없이 당당하고 떳떳하다


조금 고단하지만

나에게 충실한 하루를 보낸 날.

맥주 한 잔의 유혹을 이기고

시원한 두유 한 잔을 마신 후

마치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스르르 잠들었다.

그리고 이른 새벽 개운하게 일어나

요가를 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렇게 고요하게 가득 찬 아침이

나를 충만하게 한다.


‘하루치의 현재’를 잘 살아내기.

오로지 스스로에게 어엿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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