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내가 울기 시작할 때」
한바탕 울고 난 다음에도
완전히 용해되지 못한 어떤 것들이
천천히 가라앉아 앙금이 된다.
앙금이 부정적인 걸 이르는 말이라면
긍정의 감정으로 가라앉는 것은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생각해봤는데 누나,
긍정의 감정은 다 녹아들겠지.
가라앉을 리가 없잖아.
- 김지연 「내가 울기 시작할 때」 중에서
<나의 단상>
녹아든 것과 가라앉은 것에 대해 생각한다.
앙금이라는 말이 그래서 슬펐구나.
울고 울어도 용해되지 못하고 가라앉아서.
덩그러니 쓸쓸하게 바닥에 남아 있어서.
그래도 살면서 좋았던 많은 순간들,
그렇게 내 안에 은근히 녹아든 것들이
가라앉은 것들을 보듬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슬픔마저도 살아갈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