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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든 것과 가라앉은 것

김지연 「내가 울기 시작할 때」

by 서정아

한바탕 울고 난 다음에도

완전히 용해되지 못한 어떤 것들이

천천히 가라앉아 앙금이 된다.

앙금이 부정적인 걸 이르는 말이라면

긍정의 감정으로 가라앉는 것은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생각해봤는데 누나,

긍정의 감정은 다 녹아들겠지.

가라앉을 리가 없잖아.


- 김지연 「내가 울기 시작할 때」 중에서



Sheet of Studies and Sketches (1858)Edgar Degas (French, 1834-1917)


<나의 단상>


녹아든 것과 가라앉은 것에 대해 생각한다.

앙금이라는 말이 그래서 슬펐구나.

울고 울어도 용해되지 못하고 가라앉아서.

덩그러니 쓸쓸하게 바닥에 남아 있어서.


그래도 살면서 좋았던 많은 순간들,

그렇게 내 안에 은근히 녹아든 것들이

가라앉은 것들을 보듬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슬픔마저도 살아갈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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