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시 「원룸」
창문을 열어두면
앞집 가게 옥외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내 방까지 닿는다
주워 온 돌멩이에서 한 마을의 지도를 읽는다
밑줄 긋지 않고 한 권 책을 통과한다
너무 많은 생각에 가만히 골몰하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듣는 느낌이 온다
꿈이 끝나야 슬그머니 잠에서 빠져나오는 날들
꿈과 생의 틈새에 누워 미워하던 것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이야기는 그렇게 내 곁에 왔고 내 곁을 떠나간다
가만히 있기만 하여도 용서가 구름처럼 흘러간다
내일의 날씨가 되어간다
빈방에 옥수수처럼 누워서
- 김소연 시집 『촉진하는 밤』 에서
<나의 단상>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음악 소리처럼
길에서 우연히 주워온 돌멩이처럼
그냥 내 삶에 흘러오는 것들.
모든 게 그렇게 왔다가 다시 흘러간다.
다 아는 뻔한 이야기인데
흔한 말들이 내 이야기가 되는 순간에야
비로소 깨달음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