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보고 쓰다

그런 농담

- 영화 <럭키데이 인 파리>를 보고 (우디 앨런 / 2025년 11월)

by 서정아

살면서 수많은 우연을 마주한다. 우연이라 해야할지 필연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눈앞에 다가오는 일들이 있다.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어쩌면 오래 기다려왔거나 예감했던 일 같기도 한 사건들. 그 순간들을 맞닥뜨리는 것은 운명이겠으나, 그 이후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결국 본인의 몫이다.


럭키데이2.jpg


우디 앨런의 영화 <럭키데이 인 파리>는 이와 같은 삶의 우연성 속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냉소와 관조를 통해 보여준다. 여주인공 ‘파니’는 결혼 후 남편의 경제적 능력 덕에 상류층의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트로피 와이프로서의 삶에 지루함과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고교 동창 ‘알랭’을 만나게 되는데, 과거의 추억과 서로에 대한 호감에서 비롯된 가벼운 만남이 점차 깊은 감정으로 발전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럭키데이4.jpg


두 사람은 파리의 거리를 산책하고 함께 책을 읽고, 알랭의 조그마한 작업실에서 촛불을 켜고 와인을 마시며 사랑을 나눈다. 파니와 알랭은 그러기를 선택했고,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충만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의 선택은 또 다른 사건들을 파생시킨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우연이 개입되기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기도 한다.


럭키데이5.jpg


영화는 로맨스와 치정과 스릴러를 오가며 다소 통속적인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아침 드라마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통속성 자체를 부각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류층의 생활도, 로맨스도, 불륜도, 살인 사건도, 관객의 눈길을 잡아둘 수 있는 장면 자체에 방점이 찍히지 않고 간결하게 제시된다. 그렇기에 관객은 자극적 스토리 전개에는 객관적 거리를 두고서, 우리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럭키데이3.jpg


어떻게 생각하면 인생은 너무나도 어렵고 무거운데, 또 한편으로는 한없이 가볍고 장난 같다. 우디 앨런 식의 농담처럼 말이다.


(사진 출처 : Dau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죽어가는, 명확하게 살아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