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란 「겨울 정원」
지금 난 오인환씨가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을 최대한 오래 기억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미 끝난 사이이기 때문에 내가 실제로 바랄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고 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내 시간은 영화도 드라마도 소설도 아니고 단지 현실이라고 반복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난 오인환씨 앞에서 문득 내 미래에 대한 다짐과 약속을 했던,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신고를 할 거라고 소리치던 정원을 바라본다. 지금 미래에게 생겨난 저 마음이, 언젠가는 내게도 다시 찾아올 날이 있을까 생각하면 이미 겪은 일도 지금 겪고 있는 일도 아닌데 조금 슬프다.
- 2025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겨울 정원」 중에서
<나의 단상>
아직 겪지 않은 일도 때론 이미 슬프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이어서 슬프기도 하고
영영 오지 않을 일 같아서 슬프기도 하고
겪은 이후의 마음을 이미 짐작할 수 있어서,
그래서 슬프기도 하다.
그 슬픈 마음을 고요히 품고서
간신히 돌보는 정원에도
언젠가 꽃은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