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애매 Aug 27. 2023

EP11.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심수봉 - 젊은 태양

길 걸으면서 이런 걱정을 할 줄이야

 나는 객관적으로 걱정이 정말 많은 편이다. 특히 사람과 얽히는 일에 대한 걱정이 엄청나다. 개인적으로 유독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정이입을 잘하는 성격에 <그것이 알고 싶다>, <용감한 형사들>, <실화탐사대>, <궁금한 이야기 Y> 등의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취향이 더해진 것이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이런 성격 탓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든, 사람이 너무 없는 길거리든 깊은 상상의 나래에 빠져 진땀 흘리며 집으로 돌아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혹시 이런 점 때문에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토록 치안이 좋기로 소문난 대한민국에서 건장한 청년(키 170cm의 건강한 여성)으로써 살아가는 와중에도 날카롭게 경계하며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는 편이었는데 요즘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해 듣다보니 일상이 더 팍팍해진 느낌이 든다.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 서울에서 8자루의 흉기를 든 30대가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을 와장창 깨버리는 뉴스에 다시 머리가 지끈해졌다. 예전에는 이상한 사람들은 눈을 맞추지 않고 잘 피해다니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모두를 덮치고 있는 듯하다. 길 걸으면서 누군가에게 공격 당할까봐 걱정할 날이 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요즘처럼 입에 담기도 싫은 범죄들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의 신상이 공개되면 매스컴에서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집중하곤 한다.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가정 환경 또는 형편은 어땠는지, 군대나 회사 생활은 어땠는지 등등. 하지만 사실 별로 궁금하지 않다. 어쨌든 그들은 한 가정의 사랑하는 가족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 동료, 연인을 한순간에 떠나게 한 가해자, 범인일 뿐이니 '앞으로 어떤 형량을 받게 될지'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개인적인 견해를 뒤로 하고,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범인들의 삶을 보면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그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했다면, 그들의 주변인들이 조금만 더 사랑을 주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혹은 원망 같은 감정인 듯하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각자만의 힘든 점들을 가지고 사는건데 얼마나 이기적이면 자신의 힘든 마음만 둘러보고 살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람이 한 둘일까, 유독 잔인하고 극단적인 일들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햇빛 쏟는 하늘 보며 웃자 웃자

외로움 떨쳐 버리고 웃자 웃자


우리는 너나 없는 나그네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심수봉의 <젊은 태양>이라는 노래가 있다. 원래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박광주&최혜경씨가 불렀던 입선작이었는데, 심수봉씨가 리메이크해 세상에 더 알려지게 되었다. 누가 원조든 요즘 같은 세상에 정말 필요한 노래라고 생각해 즐겨 듣고 있다. 꽤 경쾌한 멜로디의 이 곡은 2010년대부터 스윗소로우, 슈퍼키드, 몽니 등이 꾸준히 리메이크해왔기에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을 듯하다. 유독 도전과 변화가 많은 젊은이들이 지치고 힘든 일들을 겪으며 무뎌진 마음을 달래주는 단순한 가사와 멜로디 덕분에 자주 찾아 들을 수밖에 없는 곡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나그네이자 이방인인 젊은이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 사랑하며 살자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요즘 같은 시국에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몇 달 전, 이 곡을 처음 접한 이후로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라는 가사를 매일 흥얼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참 많이 만났고, 내 의도와 무관하게 꼬이는 상황도 마주했지만 이 가사만으로도 상대를 미워하기보다는 그저 '그들도 나도 힘든 처지인데 멀리 보는 의미로 수월하게 지나가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귀에 쏙쏙 박히는 간단한 가사의 힘이란 이런 걸까.


 벌써 8월 마지막 주에 접어든다. 유독 안좋은 일이 많았던 8월이었지만 그 마무리만큼은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젊은 태양인데.

작가의 이전글 EP 10. 빈잔에다 꿈을 채워 마셔버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