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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 Dec 18. 2023

겨울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해요

 다들 겨울을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우선 더운 걸 잘 못 견딥니다. 몸에 열이 많아요. 여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웬만해선 손이 뜨겁습니다. 그리고 옷 여러 개를 껴입는 걸 좋아합니다. 맨투맨이나 후드티를 입을 땐 항상 반팔을 받쳐 입고, 두꺼운 옷 하나를 입는 것보다 이 옷 저 옷 다 꺼내서 차례대로 입는 걸 좋아해요. 목도리도 꼭 둘둘 말아주고 기왕이면 무게감이 느껴지는 겉옷을 입습니다. 옷의 개수가 늘어나는 만큼 색상 놀이 하기에도 참 좋죠. 같은 색으로 옷과 소품을 맞추거나 비슷한 계열로 통일감을 줍니다. 이번 겨울에 빠진 것 중 하나는 생뚱맞은 색상으로 포인트를 하나 주는 거예요.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검은색 더플코트에 진청 바지를 입었지만 버건디 셔츠를 입어주었고요. 어제는 어두운 옷들과 함께 연두색 신발끈이 매어진 신발을 신어줬어요. 처음 도전할 땐 현관문을 열고 나갈 자신이 없었는데요. 그 문턱 하나를 넘으니 괜히 신이 나고 재밌더라고요. 걸으며 보이는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자꾸만 힐끔 거렸답니다.


 코 끝이 시린 바람이 부는 것도 좋아요. 창문을 열면 금세 차가워지는 방안의 온도라던가 바깥으로 나가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거요. 사실 제 몸이 추워서 각성된 걸 텐데 말이죠. 기다리는 상대가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 같은 것들도 있죠. 추운 바깥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아해요.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산책하는 것도 재밌어요. 날이 추워서 그런가 온기 있는 말들만 하게 된답니다. 각자의 겨울 나는 법, 겨울이면 꼭 듣는 노래나 먹는 음식 등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 나는 얘기를 나누고요. 바람 소리 때문에 좀 더 붙어서 대화하게 돼요. 사실 날씨는 이용당한 거 같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가까운 거리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추운 날 산책을 즐기는 거예요.


 이밖에도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간식,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눈 오는 날, 괜히 들뜨게 만드는 연말 분위기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티 날 만큼 겨울을 편애하고 여름을 싫어했습니다. 싫어하는 게 별로 없는데 여름은 정말 싫어했어요. 그랬던 제가 올해부터 여름을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여름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브런치 첫 글로 올리고 싶었는데 자신이 없어서 미루던 게 어느덧 겨울까지 와버렸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겨울을 첫 글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네요. 이 글처럼 별 다른 주제 없이 그저 제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 둘 꺼내는 글을 쓸 예정입니다. 지극이 평범하고 담백한 글이 될 텐데 바꿔 말하면 큰 에너지 소비 없이 읽을 수 있으실 겁니다. 또 일상과 맞닿아 있으니 읽으시는 분께 또 다른 생각거리를 쥐어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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