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 Jan 28. 2024

올해의 첫 달을 나흘 남긴 지금 이 시점에서 ⋯



 자주 쓰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흘려보낸 건지 생각보다 너무 늦게 세 번째 글을 씁니다.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 자꾸만 글쓰기를 미뤘는데 사실 그건 핑계고 솔직히 말하자면 창작 활동에 큰 관심을 쏟지 못하는 나날을 보냈어요. 연말부터 연초까지 제법 심한 감기를 앓던 저는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게 거의 2주 동안 집에만 있었습니다. 다 낫고 나서는 한참이나 밀린 일상의 태엽을 감기 시작했고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났죠. 그러고서 눈이 내리기를 몇 번, 기온이 영하와 영상을 왔다 갔다 하는 날들을 몇 번, 두께가 다른 외투를 돌려 입기를 몇 번 하고 보니 1월의 마지막이 어느새 코앞에 있네요.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 진부한 말이지만 새해 목표는 정하셨나요? 정하셨다면 계획대로 잘 실천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매해마다 목표를 정하는데요. 작년에는 세 가지 목표를 정했고 정말 행복하게도 전부 이룰 수 있었습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웃긴 것이 목표하는 바를 전부 이루니까 그다음 목표를 세우는데 신중해지더라고요. 아마 성공의 맛을 한 번 봐서 그런지 실패라는 단어를 목표 옆에 쓰기 싫어서 그런 거 같아요. 저는 작년의 목표를 조금 크게 잡아서 열심히 노력하되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요. 그래서 그런가 올 해는 목표의 크기를 줄이고 개수를 줄이는 편법을 써서라도 작년과 같이 성공과 함께 큰 동그라미를 그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세운 목표는 두 가지이고, 그중 하나는 한 달의 3권의 책을 읽는 것입니다.

 

 저는 독서를 취미로 삼은 지 정말 얼마 안 됐어요. 이제 1년을 꽉 채웠습니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에 정말 흥미가 없었어요. 다들 한 번씩 빠진다는 추리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제 취향의 장르가 아닌 것도 있지만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후회를 다 커서 종종 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행동에는 절실함이 없었겠죠? 제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한 건 대학교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창작과 굉장히 밀접해 있는 예체능을 전공했습니다. 뭉뚱그려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모름지기 예술가의 기본은 바로 지식과 문화적 소양이지요. 교수님이 어떤 책을 하나 말씀하셨는데 앞쪽에 앉은 학생 몇몇이 알아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교수님과 함께 그 책에 대해 스몰토크를 이어가는데 그 순간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한 명만 알아들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온 학생들이 전부 알고 있는 책이라 다 같이 공감했다면 부끄럽게 얼굴을 붉혔을 겁니다. 근데 몇몇이 알아듣고 대화를 나누다니 ⋯ 그들과 제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그어진 기분이었습니다. 살면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어떻게 저떻게 살아온 제가 처음 겪어본 위기감이었습니다. 이대로 살면 정말 큰일 나겠구나. 비단 전공 때문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되겠다는 것을 그때 느꼈습니다. 그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습니다. 그때가 여름이었으니까요. 그날을 기점으로 반년동안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그 습관을 적용시켜 지난 일 년 동안 책을 부지런히 읽었습니다. 해서 23년 동안 읽은 책은 총 19권이에요.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들에겐 이 정도의 숫자가 턱 없이 부족해 보일 수 있겠지만 요약 리포트 과제가 나왔을 때만 책을 읽었던 저에게 일 년에 19권이라는 숫자는 엄청난 겁니다.


 우선 책을 읽으니까 좋은 점은요. 아는 척을 할 수 있어요. 나서서 잘난 척을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요.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에 책이 나오면 현재 읽고 있는 책에 대해 말할 수 있고요. 책 추천 해달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여러 후보들을 소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과 표현의 폭이 넓어져요. 책은 또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잖아요. 제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양한 인물과 일들을 마주하며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그에 관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창작을 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요. 저는 독서와 함께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비슷한 문장들로 이어진 짧은 일기가 다채로운 표현으로 한 장이 넘는 분량이 되더라고요.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20대 초반에는 방황을 많이 하잖아요. 제 주변 친구들을 봐도 감정적으로 기복이 커지기도 하고, 순간의 선택으로 잘못된 길을 가거나 자기 파괴적인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종종 봤습니다. 저도 그들과 같은 감정 변화들을 겪었어요. 그동안 어른들의 보호 아래 안전한 울타리에서 지내다가 성인이 돼서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무섭고 겁이 났었습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낼 때 함께 해준 것이 책이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땅 위에 책이라는 작은 선을 그어 그 안에서 방황하니 훨씬 낫더라고요. 독서가 저에겐 큰 힘이 되어 주었고 제가 단단해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양을 늘려 한 달의 3권, 총 2024년 동안 36권의 책을 읽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작년에 기록을 보니 독서의 한창 심취해 있을 땐 일주일에 한 권씩 읽을 때도 있었는데 어떤 달은 아예 한 권도 거들떠보지 않더라고요. 조금 더 꾸준히 독서할 수 있게 아예 한 달 목표치를 잡았어요. 그래서 현재 1월의 마감을 4일 앞둔 지금 ⋯ 저는 2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 말은 즉 4일 안에 한 권을 더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잖아요? 다행히도 제가 병렬 독서를 합니다. 요즘 아주 핫한 주제이기도 하죠. 사실 저는 다들 이렇게 읽는 줄 알았어요. 저는 적어도 한 번의 두 권씩 읽거든요? 하나의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아예 펼치지 않을 때도 많아서 아예 두 권을 동시에 읽어요. 질리면 바꾸고 질리면 바꾸고. 많은 분들이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아예 ‘병렬 독서’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아무튼 다행인 건 제가 병렬 독서 중인 책이 두 권이 있는데요. 그중 조금 더 적게 남은 책을 마저 읽어주려 합니다. 원래는 지금 그 책을 읽어야 하는데 살짝 다른 게 하고 싶어서 메모장을 써서 글을 쓰고 있어요. 이 글의 매듭을 짓고 나면 외면했던 책을 다시 읽으러 가야 합니다. 세 개의 챕터만 남았으니 나흘 안에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매번 다짐하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정말 자주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물론 스치듯 읽힐 글이자만 한 분이라도 제 글에 관심이 생겨 다음 글을 기다리실 수도 있으니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책 읽으러 가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당신, 올해 저와 함께 열.독하는 시간 보냅시다~

작가의 이전글 감정의 챕터, 마무리 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