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요즘입니다. 전과 달리 생활 반경이 넓어졌거든요. 그래서 하루애 한 번씩은 꼭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적어도 20분씩은 걸어 다닙니다. 저는 사람 구경, 길거리 구경을 좋아해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면 긴 대로 즐거워요. 오히려 20분 안쪽이면 조금 아쉽달까요? 날씨가 좋으면 몇 정거장 먼저 내려 더 걸을 때도 많고요. 요즘엔 특히 날씨가 풀려서 더욱더 다니기 좋아졌죠. 이 말을 하자마자 오늘 비와 함께 기온이 뚝 떨어지긴 하지만요.
어제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요. 퇴근 시간이다 보니 사람이 많아서 저도 맨 뒷자리에 겨우 앉았었어요. 바로 앞자리에 유치원 가방을 멘 어머님과 그 무릎에 안긴 아기가 있었는데요. 흔들리는 버스를 하나도 불편해하지 않더라고요. 그 작은 아기가 여기저기 구경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낯을 안 가리는지 저랑 눈이 마주쳤을 때 뚫어져라 쳐다봐 주는데 제가 낯을 가려서 그저 눈으로만 예뻐했습니다. 전 아기들 놀아주는 법을 몰라서 매번 먼발치서 바라만 보거든요… 몇 정거장 더 가서 제 옆에 한 여성분이 앉으셨는데 아기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표정으로 놀아주시는 거예요! 애기가 까르르거리면서 함박웃음을 짓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던지. 그 장면을 바라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아마 그 아기는 평생 이 장면을 기억할 겁니다.
어렸을 때 어른에게 받은 사랑이나 따뜻한 순간들은 되게 깊게 남는 거 같아요. 두고두고 꺼내보면서 웃음 짓기도 하고, 나중에 커서 그 사랑을 다시 돌려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게 해요. 제 기억 중 하나를 꺼내보자면 유치원 다닐 때였는데요. 네 살 정도 됐을 거예요. 저희 반 옆에 조리실이 있었는데 제가 항상 문 옆에서 조리 선생님이 요리하시는 걸 구경했었어요. 집에서도 항상 엄마가 요리하는 걸 옆에 붙어서 구경했었거든요. 이건 지금도 그래요. 아무튼 그렇게 꽤 여러 번 구경을 하는데 어느 날은 선생님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시는 거예요. 쭈뼛쭈뼛 들어가니까 입에 음식을 조금 넣어주셨어요. 그걸 계기로 선생님과 친해져서 몇 번이나 선생님 옆에 서서 구경했었어요. 맛있는 것도 아기새처럼 받아먹고. 지금도 선생님이 쓰신 두건과 웃으면서 저를 반겨주시던 모습이 선해요. 이 기억이 가족 외에 어른에게 받은 첫 번째 따뜻한 사랑이에요. 별 거 아닌 걸 수도 있지만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저에겐 웃음 짓게 만드는 기억입니다. 전 이런 순간들이 참 좋아서 저도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려고 많이 노력해요. 더 나아가서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요. 저는 사랑의 순환을 믿으니까요.
요즘 들어 아이들에게 각박한 세상이 되어가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물론 그만큼 다들 마음의 여유도 부족하고 건조해지고 있지만 적어도 어른이라면 아이를 지키고 사랑해야 할 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자의든 타의 든요. 약간의 강제성을 띄더라도 이것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어른의 기준은 모호하지만 분명한 건 사랑과 진심은 통한다는 것이니까요. 모두들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가도록 해요! 마음의 온도가 1도라도 올라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