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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Dec 14. 2021

다산의 공감 연습(11장)

11장 공감의 일관성(2)/오도일이관지吾道一以貫之

《논어》에서 서恕가 등장하는 곳은 첫 번째가 <이인>편 15장이고,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구절이 있는 <위령공>편 23장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다. <이인>편 15장에 대한 정약용의 해설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도道는 사람의 도道이다. ‘오도吾道’라고 말한 것은 몸소 이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一이란 서恕고, 관貫이란 ‘꿰뚫는다’라는 뜻이다. 서恕를 행하려 충忠으로써 하였기 때문에 공자는 서恕만 말하였고, 증자는 충서忠恕를 이어서 말하였다.

道。人道也。謂之吾道者。身任之也。一者。恕也。貫。穿也。行恕以忠。故孔子單言恕。而曾子連言忠恕也。《논어고금주》


첫 문단에서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충忠으로써 서恕를 실천하다行恕以忠”라는 표현이다. 성리학자들은 충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어서인지 충을 훨씬 중요시하고 서를 비교적 가볍게 여기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정약용은 “행서이충”이라고 하면서 충으로써[以忠] 서를 실천하는 것[行恕]을 주장했다. 정약용은 행사行事, 즉 실천을 더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에 충보다 서를 더 강조한 것이다. 이어서 이 두 개념을 《주례周禮》를 통해 더 자세히 설명한다.


《주례》의 소疏에 이르기를 “마음 가운데를 다하는 것을 충忠이라 하고, 내 마음과 같이 하는 것을 서恕라 한다”라고 하였다. 대개 ‘마음 가운데를 다하여 사람을 섬기는 것’을 충이라 하고, ‘남의 마음 헤아리기를 내 마음과 같이 하는 것’을 서라고 한다.

周禮疏云中心爲忠。如心爲恕。蓋中心事人。謂之忠。忖他心如我心。謂之恕也。《논어고금주》



이 부분은 ‘충忠’을 파자破子하면 ‘중中’과 ‘심心’이 합쳐진 글자이므로, 충이란 “마음 가운데를 다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소개하고 있다. ‘서恕’ 역시 ‘여如’와 ‘심心’이 합쳐진 말로 “내 마음과 같이 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제시했다. 그리고 서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 헤아리기를 내 마음과 같이 하는 것忖他心 如我心”이라고 했는데, ‘촌忖’은 ‘추推’와 같은 의미로 ‘헤아리다’, ‘미루어 생각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감共感을 감정[感]을 공유[共]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서恕를 ‘촌서忖恕’ 또는 ‘추서推恕’로 이해하면 감성의 영역뿐 아니라 이성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어도 합리적 사고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공감 그 이상의’ 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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