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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Dec 15. 2021

다산의 공감 연습(12장)

12장 침묵하는 안연/회야불우回也不愚

정약용의 《대학》 해설서 《대학공의大學公議》에서는 마음에 있는 두 가지 병이 등장한다.


마음에는 두 가지 병이 있는데, 하나는 마음이 있음에서 생기는 병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이 없음에서 생기는 병이다. ‘마음이 있다’는 것은 인심人心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마음이 없다’는 것은 도심道心이 주인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두 가지는 다른 것 같으나, 그 병을 얻게 되는 근원은 실제로 같다.

心有二病。一是有心之病。一是無心之病。有心者。人心爲之主也。無心者。道心不能爲之主也。二者似異。而其受病之源實同。《대학공의》


자기 마음의 주도권을 도심이 아니라 사사로운 마음[人心]이 잡으면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뒤이어 정약용은 두 가지 마음의 병에 대한 처방으로 경敬을 제시한다. 그리고 경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신독愼獨이다. 원래 《대학》이나 《중용》에는 “신기독愼其獨”이라고 되어 있지만, 유학자들은 ‘신독’으로 줄여서 경敬의 단면을 설명했다. 우리 문화에서는 체면을 중시해서 남의 눈이 있을 때 조심하라고 하지만, 신독의 경지는 그것을 뛰어넘어 홀로 있을 때조차 신중하거나 진지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 MZ세대는 남들과 함께 있을 때도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것 같다. 


필자를 포함해 지금은 꼰대가 되고만 중년들도 한때는 ‘요즘 애들’처럼 X세대라고 불렸다. 사실 지금도 X세대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기표현을 확실하게 하는 세대라는 평가였다. 그 이전까지는 ‘유교적 관습’이라는 오명하에 젊은 사람은 어르신들에게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X세대는 자기표현이 확실해 합리적이지 않은 전통에 대해 거부하는 그런 세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X세대가 꼰대라고 불리고 있다. 그래도 X세대 사이에 ‘꼰대 지수’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자신의 행동이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꽤 신경을 쓰는 편이다. 웬만하면 ‘라떼(나 때)는 말이야’를 하지 않으려는 것도 그 노력 중 하나다. 


X세대가 주도하던 1990년대는 가만히 있으면 바보 취급을 당하던 분위기가 만연했다. 자기표현이 중요해진 만큼 표현하지 않는 사람을 답답하게 여긴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신세대들의 표현 방법은 한층 강도가 세진 것 같다. X세대들은 어떻게든 아래 세대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우리보다 지금 세대가 더 표현을 확실하게 하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여러 채널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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