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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Dec 16. 2021

다산의 공감 연습(13장)

13장 침묵하는 중궁/옹야인이불영雍也仁而不佞

<공야장>편 4장에 언급되는 옹雍은 중궁의 이름이다. <안연>편 2장에서 중궁은 자공과 더불어 ‘기소불욕 물시어인’의 정신을 전수받은 제자다. 한미한 신분임에도 중궁은 공자로부터 ‘임금 자리에 오름 직하다’라고 평가받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와서 공자에게 중궁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어느 사람 : 옹은 사람답기는 하지만 무뚝뚝합니다.

或曰雍也。仁而不佞。

공자 : 재잘거려서야 됩니까! 입술에 붙은 말로 지껄이면 미움받기 꼭 알맞지요. 

子曰焉用佞。禦人以口給。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 재잘거려서야 됩니까!

屢憎於人。不知其仁。焉用佞。<공야장> 4장


“사람답기[仁]는 하지만 무뚝뚝합니다仁而不佞”라는 번역에서 ‘무뚝뚝하다’에 해당하는 ‘영佞’은 쉽게 말해 아첨을 의미한다. 정약용은 《논어고금주》에서 이 문장을 “부인들처럼 말을 재빠르게 하는 것이다便捷如婦人也”라고 풀이했다.


누군가는 말을 빠르게 조잘거리는 것도 아첨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정약용의 해석에 의아할지 모르겠다. 사실 아첨은 제법 다양한 형태로 둔갑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개인방송들을 보면 의외로 아첨하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자극적인 제목과 편파적인 내용으로 이목을 끌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방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경우에 비난이 아첨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집단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좋아하는 말을 들려주고자 더욱 자극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니 시청자에게 아첨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약용은 영佞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설명들을 열거한 뒤에, 그보다 더 중요한 인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인仁이란 인륜人倫으로서의 지선至善을 명명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인을 실현하고자 해야 이 인에 이르게 된다. 서恕를 힘써 행하면 인을 구하게 되는 것이니 이보다 더 가까운 것은 없다. 인이 어찌 높고 먼 곳에 있는 것을 행하는 것이겠는가?

仁者。人倫至善之名。然我欲仁。斯仁至矣。強恕而行。求仁莫近焉。仁豈高遠之行哉。《논어고금주》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정약용이 인仁에 대해 설명하며 “강서이행 구인막근언強恕而行 求仁莫近焉”이라는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이 9글자는 《맹자》 <진심盡心> 상편 4장에 나오는 말인데, 4장 전문을 《한글 맹자》에서는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만물의 이치가 다 내게 갖추어 있느니라. 

萬物皆備於我矣。

자기를 반성하면서 정성을 다할 때는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고, 

反身而誠。樂莫大焉。

힘써 충서忠恕의 도道를 실천하면 인仁이란 코앞에 있는 것이다.

強恕而行。求仁莫近焉。《맹자》


《맹자》에서 단 한 번 서恕가 등장하는 장이다. 정약용은 《맹자》 또한 해설서를 집필했는데, 그 안에서 주자가 이 장을 ‘이치의 본연’의 측면에서 설명한 것을 비판했다. 여기서의 핵심은 이치를 설명하는 형이상학적 이론이 아니라, 인에 대한 실천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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