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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Dec 20. 2021

다산의 공감 연습(14장)

14장 만물의 척도/능근취비能近取譬

《논어고금주》에서 서恕를 설명할 때마다 정약용은 혈구를 언급했고, 아예 “혈구지서絜矩之恕”라고 명시한 곳도 있다. 이 표현은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에도 등장한다. 정약용이 서로 이해한 이 혈구는 《대학》의 핵심단어로, 정약용은 《대학공의》에서 혈구를 설명하며 서를 언급하고 서의 두 종류를 구분한다.

     

서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루어 생각한다는 의미의 추서推恕이며, 또 하나는 용서한다는 의미의 용서容恕이다. 서는 옛 경서經書에는 추서의 의미만 있을 뿐, 본래 용서의 의미는 없는데, 주자가 말한 것은 대개 용서에 해당한다.

恕有二種。一是推恕。一是容恕。其在古經。止有推恕。本無容恕。朱子所言者。蓋容恕也。《대학공의大學公議》


정약용은 서를 추서와 용서로 구분했는데, 용서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추서는 ‘헤아린다 의미의 ‘서恕 ‘미루다라는 의미의 ‘추推 더하여 ‘미루어 헤아린다라는 공감의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그래서 정약용은 추서와 용서를 엄격하게 구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추서는 스스로를 닦는 것을 주로 하여 자기의 선을 행하는 것이고, 용서는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 것을 주로 하여 다른 사람의 악을 너그럽게 보아 주는 것이다. 이 어찌 같은 것이겠는가?

推恕者。主於自修。所以行己之善也。容恕者。主於治人。所以寬人之惡也。斯豈一樣之物乎。《대학공의大學公議》


여기서 추서와 용서는 자신과 타인 관계에 의해 구분되는데, 추서는 “자기의 선을 행하는 것行己之善”이고 용서는 “다른 사람의 악을 너그러이 봐 주는 것寬人之惡”이다. 이러한 구분에서 추서는 자기수양[自修]적 차원, 용서는 정치[治人]적 차원이라 이해할 수도 있지만, 둘 모두는 생각과 실천이라는 표리적 관계에서 함께 실천되어야 한다. 그리고 뒤로 이어지는 설명들은 모두 추서에 집중되어 있다.     


옛 성현이 말하는 서는 남에게 그것을 요구한 뒤에 자기에게 있게 하는 것이고, 남의 그러한 것을 그르다 한 뒤에 자기에게 없게 하는 것이다.

先聖之所謂恕者。求諸人而后有諸己。非諸人而后。無諸己。《대학공의大學公議》


이것은 《대학》 10장의 “군자는 자기에게 있은 뒤에야 남에게 그것을 요구하며, 자기에 없은 뒤에야 남의 그러한 것을 그르다고 한다君子 有諸己而后求諸人 無諸己而后非諸人”에 대한 정약용의 비판적 해석이다. 정약용은 비록 《대학》의 문장이 추서의 의미와 반대로 되어 있지만, 이것으로 인해 서를 용서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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