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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Dec 22. 2021

다산의 공감 연습(15장)

15장 공감의 정치학/선난이후획先難而後獲

(번지가)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즉

問仁。

공자 : 사람 구실하는 사람은 어려운 일은 도맡고, 이익은 남에게 돌리니, 

曰仁者先難而後獲。

그러면 사람답다고 할 수 있겠지.

可謂仁矣。《논어》  <옹야> 20장b     


정약용은 여기서 말하는 사람 구실에 대해 “어려운 일은 도맡고, 이익은 남에게 돌린다先難而後獲”라고 설명하면서 서恕를 연결시킨다.     


난難이란 어렵고 고된 것이요, 획獲이란 소득이 되어 이로운 것이다. 어렵고 고된 일은 남보다 앞서서 하고, 소득이 되어 이로운 일은 남보다 뒤에 하면 이는 서恕이다. 힘써서 서를 행하면 인仁을 구함이 이보다 더 가까울 것이 없다.

難者艱苦也。獲者得利也。艱苦之事先於人。得利之事後於人則恕也。強恕而行。求仁莫近焉。《논어고금주》     


정약용은 공감정치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먼저 어려운 것을 해결하고, 이득은 나중에 취하는 것이 정약용이 말하는 공감하는 정치다. 정약용의 주장에 따라 서恕를 단순하게 설명하면 “선난후획先難後獲”이다.      


공감한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적으로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 연민이나 동정 같은 감정적 차원이 아니라 실제적인 정치 행위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국민의 고충을 해결해 주고, 이득은 그다음에 취하는 것이 진정한 공직 윤리이자 공감 윤리다. 정약용은 인과 서에 대해 정치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이란 남을 향한 사랑이요, 수고롭고 괴로운 것이나 소득과 공功은 모두 자기에게 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첫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하는 자를 어떻게 인이라고 이를 수 있겠는가? 밭가는 농부는 김매는 데 힘을 다하고, 장사하는 상인은 바람과 파도에 모험을 하고, 또한 그 어려운 바를 먼저하고 이득이 되는 바를 뒤에 하지 않음이 없는데, 장차 이들을 모두 인자仁者라고 이를 수 있겠는가? 

仁者嚮人之愛也。勞苦得功。皆屬自己。則仍是雞鳴而起。孳孳爲利者。何以謂之仁也。耕者盡力於耝耰。賈人冒險於風濤。亦莫不先其所難而後其所得。將皆謂之仁者乎。《논어고금주》     


농부나 상인들도 “선난후획先難後獲”한다. 그러나 어려운 바를 먼저 하고 이득되는 것을 나중에 취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 방향이 자신을 향해 있다는 데 차이가 있다. 그래서 그들을 인자仁者라고 하지 않는다. 인은 “남을 향한 사랑嚮人之愛”이다. 어려운 바를 선행하되 이득은 다른 사람을 향하여, 자신의 이득은 나중에 취하는 것이 인자의 요건이다. 하지만 공자는 이것을 모든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았다. 인자에게 제한해 요구했던 것이고, 정약용은 그 의도를 목민관에게 요구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요건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공직자에게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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