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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Dec 11. 2021

다산의 공감 연습(10장)

10장 호모 엠파티쿠스(2)/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예禮는 기본적으로 ‘분별’을 지향한다. 사회 구성원들을 계급과 계층으로 나누는 일종의 ‘급級 나누기’를 통해, 제한된 사회적 재화에 대한 욕망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적절히 분배하게끔 기능하는 것이 바로 예다. 이러한 예의 기능을 통해 폭력 사태 없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자 했던 옛 성인의 진심을 가상하게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백성들이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차별을 느끼게 되면 더 이상 예는 사회 통합의 기능을 할 수가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음악[樂]이 사회 통합의 기능을 한다. 오늘날에도 스포츠 행사나 문화 공연을 통해 적대국끼리 평화를 도모하는 것은 이러한 악樂의 기능이 이미 고대부터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예와 악은 양陽과 음陰으로 사회 분열이나 사회 갈등을 해소시켰지만, 양의 성질을 지닌 예를 시행할 때 통치자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 실례를 범하면 적국끼리 전쟁은 물론이고 계층 간에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는 매우 진지하게 다루어야 했다. 이렇게 사람을 대할 때 신중하고 진지한 태도가 경이 지니는 의미다. 지배자들도 민심民心을 천심天心으로 여겨 공경恭敬스럽게 백성을 대해야 하는 것이다.     


<안연>편 2장을 설명하며 주자는 서를 의미하는 “기소불욕 물시어인”보다 앞서 나온 “밖에서는 큰손님을 만나 보듯하고出門如見大賓”와 “백성을 부리되 큰제사를 받들 듯하며使民如承大祭”라는 두 개의 문장을 경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했다. 정약용도 주자의 관점에 동의하면서 두 가지 경의 형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문밖을 나서서 보게 되는 사람은 길을 가는 사람이고, 윗자리에 앉은 사람이 부리게 되는 사람은 밭이랑에서 농사짓는 백성이다. 행인을 볼 때 공후公侯를 접견하듯이 하고, 소민小民을 부릴 때 채禘·교郊의 제사를 받들 듯이 하면, 이는 경敬의 지극함이다.

出門所見者。行路之人也。居上所使者。畎畝之氓也。見路人如見公侯。使小民如奉禘郊。敬之至也。《논어고금주》     


정약용은 큰손님[大賓]을 “공후公侯”라는 제후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의 제후라고 하였고, 큰제사[大祭]는 ‘체제禘祭·교제郊祭’ 같은 중요한 국가적 제사라고 설명했다. 길을 가는 사람을 ‘공후’처럼 대하고 백성을 부릴 때 ‘체제·교제’를 받들 듯이 하라는 것은 피지배 계급을 대할 때도 가볍게 접근하지 말고 무겁고 신중하게 대하라는 의미다. 이것이 경의 가장 높은 경지이다. 그러한 의미의 경과 <안연>편 2장 속에서 짝을 이루는 것이 “기소불욕 물시어인” 바로 서恕다. 모자람이 없는 중궁이기에 공자는 그에게 군주로서 필요한 덕목인 경과 서를 전수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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