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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Jan 03. 2022

다산의 공감 연습(17장)

17장 산과 물/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

《논어》를 해석하며 일관되게 드러나는 정약용의 주장에 따르면, 지知의 목적어는 사람[人]이다. 그리고 번지가 공자에게 지知에 대해 물었을 때, “사람을 아는 것知人”이라고 답했던 것을 이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목적어에 사람을 넣어 다시금 해석해 보면 이러하다. 사람을 아는 것[知人]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好人] 또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만 못하다. 그리고 최상의 단계인 ‘즐거워하는 것’은 결국 맹자가 말한 함께 즐거워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즐거움이다. 


이러한 시각은 정약용이 <옹야雍也>편 21장을 해설한 데서 발견할 수 있다.     


지혜 있는 이는 물을 즐기고, 사람다운 이는 산을 즐긴다. 

知者樂水。仁者樂山。<옹야> 21장


사실 <옹야> 21장의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이라는 문장 자체는 현대인에게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물을 좋아하는 것이나 산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자知者가 물만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인자仁者가 산만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지자든 인자든 물처럼 흘러가야[動] 할 때도 있고, 산처럼 굳건하게 있어야[靜] 할 때가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문장에 언급된 “지자의 즐거움知者樂”을 맹자의 “여민동락”과 같이 ‘공감의 즐거움’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정약용의 해설이다.     

인자仁者는 힘써서 서恕를 행하기 때문에 자식에게 바라는 바로써 아비를 섬기고, 아우에게 바라는 바로써 형을 섬기고, 신하에게 바라는 바로써 임금을 섬기고, 벗에게 바라는 바로써 벗에게 먼저 베푼다. 이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고 먼저 나로부터 베풀어 나가는 것이니, 그 기상이 후한 덕으로 만물에 혜택을 주는 것이므로 정靜이라고 한 것이다.

仁者強恕而行。故所求乎子以事父。所求乎弟以事兄。所求乎臣以事君。所求乎朋友先施之。此不求於物而先自我施之也。其象爲厚德以澤物。故曰靜。《논어고금주》


정약용은 <옹야>편 21장 속 “인자의 고요함仁者靜”을 설명할 때 맹자의 “강서이행強恕而行”을 언급함으로써, 인자와 지자가 즐거워하는 것의 대상을 ‘공감’으로 치환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인자仁者라고 해서 혼자 고요한 것도 아니고, 지자知者라고 해서 혼자 즐거운 것이 아니다. 즐거움의 비결은 함께 즐기는 데 있다. 이것을 아는 것이 지혜[知]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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