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ocaa Jan 06. 2022

다산의 공감 연습(19장)

19장 호모 엠파티쿠스(3)/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주경主敬은 곧 복례復禮다. 다만 공자는 인仁의 질문에 답할 때는 매양 서恕를 힘써 행하라고 말하였는데, 유독 안연에게 답할 때만 서恕를 말하지 않은 것 같다.

主敬卽復禮。但孔子於問仁之答。每言強恕。而獨於顔淵之答。似不言恕。《논어고금주》     


정약용은 주자가 <안연>편 2장에 대해 경敬과 서恕를 함께 제시한 반면, <안연>편 1장의 극기복례에 대해 경만 강조한 것에 약간 불만을 느꼈던 듯하다. 자신의 해석으로는 극기복례는 물론, 《논어》의 핵심은 서인데 유독 공자가 안연에게만 서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약용은 위와 같은 해설을 《논어고금주》에 실어, 공자가 자공(<위령공>편 23장 참조)과 중궁에게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는 말로 서恕를 직접 전수해 준 것처럼 안연에게도 “극기克己”로 서의 의미를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을 세워 주고, 자기가 달達하고자 하면 남을 달達하게 해 주고, 자기에게 베풀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말은 모두 극기다. 

然己欲立而立人。己欲達而達人。施諸己而不願。勿施於人。皆克己也。《논어고금주》     


이렇게 정약용은 《논어》에 등장하는 서와 관련된 문장들을 총동원해 안연이 전수받은 ‘극기’가 서와 같은 의미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극기克己는 서恕이니, 앞뒤의 말이 모두 한 가지 뜻이다.

然則克己爲恕。前後之言。皆一意也。《논어고금주》     


주자가 <안연>편 2장에서 “주경행서”를 주장한 것을 발전시켜서, 정약용은 <안연>편 1장의 “극기”까지 서와 동일한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정약용의 주장에 따른다면 안연도 ‘공감의 정치학’ 계보에 편입된다.

작가의 이전글 다산의 공감 연습(18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