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 공감의 시초/성여천도 불가득이문야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성리학은 《중용》의 첫 구절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고 한다天命之謂性”를 정이천程伊川, 1033~1107이 “성즉리性卽理”라고 해석한 것을 기초로 삼아서 발전한 철학이다. 즉, 성性과 이(리)理를 핵심개념으로 삼아 심성론心性論과 이기론理氣論을 펼치는 철학으로, 성명의리지학性命義理之學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공자·맹자의 원시유학 또는 선진유학과 구별하기 위해 신유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집대성자인 주자의 이름을 따서 주자학이라고도 지칭한다. 이와 같이 중국 송대에 성립되어 조선에서 국학으로 숭상된 신유학, 주자학 또는 성리학은 명칭이 달라도 그 내용은 동일하다.
성리학의 핵심은 사람의 본성[性]이다. 물론 이치[理]라는 개념도 중요하고, 특히 조선에서는 감정[情]에 대해서도 상당히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가장 중요한 개념은 언제나 본성이었다. 성리학은 본성을 이치의 차원에서 이해함으로써, ‘마음[心]의 철학’을 완성한 불교와 ‘초월超越의 철학’을 추구한 노장老莊 사상과의 철학적 논쟁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본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사람은 공자가 아니라 맹자다.
선생님께서 옛 글을 강론하시는 것은 언제나 들을 수 있지만,
夫子之文章。可得而聞也。
인성[性]이니 천도天道니 하는 따위는 좀처럼 들을 수가 없다.
夫子之言性與天道。不可得而聞也。<공야장> 12장
<공야장>편 12장에서 자공한 말을 보면, 공자는 본성本性 또는 인성人性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논어》에서 ‘성性’이 등장하는 문장은 <공야장>편 12장과 <양화>편 2장의 “인간성은 비슷비슷하고 습관은 서로가 딴 판이다性相近也 習相遠也”라는 두 문장뿐이다.
맹자에 이르러서 본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맹자의 논적論敵은 고자다. 고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식색食色’이라고 정의했다. 《예기》 <예운>편에서 음식남녀飮食男女가 “인간의 중대한 욕망人之大欲”이라고 했고 음식남녀는 곧 식색이므로, 이것을 합해서 인간의 중대한 욕망인 식색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맹자는 인간을 동물보다 더 숭고한 존재로 격상시키면서 그 근거로 사람에게는 네 가지 마음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