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국민적 공감/민불신불립民不信不立
식食은 안을 채우는 것이고 병兵은 밖을 막는 것이니, 모두 (백성을) 죽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食以實內。兵以禦外。皆所以不死。《논어고금주》
정약용은 식食과 병兵에 대해 “안을 채우는 것實內”과 “밖을 막는 것禦外”이라 간단히 설명하고, 이것들은 “죽지 않게 함不死”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죽음[死]을 언급한 것은 공자가 마지막 문장에서 “옛날부터 사람이란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自古皆有死”라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고로 인간에게 죽음은 정해져 있지만[有死] 식과 병을 통해 죽는 것을 약간 미룰 수 있다[不死]는 것이 정약용의 주장이다. 유학자들이 말하는 ‘불사不死’는 도교에서 말하는 장생불사와 다르다. 죽음 그 자체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치를 통해 굶주림과 질병에서 백성들을 살리는 것이 유교가 말하는 ‘불사’다.
자공이 ‘식’, ‘병’, ‘민신民信’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냐는 질문에 공자는 병이라고 했다. 가장 먼저 국방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식, 경제를 포기하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다만 국가 정책에서 우선순위를 무엇에 둘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약용은 공자의 대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병兵을 버려도 반드시 죽지는 아니하나, 식食을 버리면 반드시 죽는다.
去兵不必死。去食則必死。《논어고금주》
경제가 국방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은 고대부터 통감하던 바이며 경제, 특히 서민 경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춘추전국 시대나 코로나 시대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감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한민국의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더 중요한 것을 잃지는 않았는가 따져보아야 한다.
공자는 경제나 국방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국민적 공감[民信]이라고 말했다. 상호 신뢰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여기서 신뢰[信]는 이해 또는 공감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즉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려면 정부의 정책에 공감[恕]하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서민의 실태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