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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Mar 04. 2022

다산의 공감 연습(32장)

32장 엔지니어의 디자이어/공욕선기사 선리기기工欲善其事 先利其器

자공이 위인에 대해 묻자, 공자는 먼저 공장이[工]의 비유로 대답을 시작한다. 공자와 자공과의 대화에 많이 등장했던 ‘욕欲’이라는 감정이 <위령공>편 9장에서 공장이의 욕망[欲]에 대한 비유로 또다시 등장한다.     


공장이가 제 구실을 잘하자면 먼저 연장을 잘 단속해야 한다.

工欲善其事。必先利其器。


직역하면 ‘장인이 그 일을 잘하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 연장을 예리하게 해야 한다’이다. 이 공장이 비유는 “공욕선기사 필선리기기工欲善其事 必先利其器”라는 열 글자에 불과하지만, 공장이를 제외한 “욕欲”, “선善”, “사事”, “이利”, “기器” 등은 모두 유가 철학에서 주요한 개념어들이다. 이 비유의 의미는 “집안에서는 공손하고, 일 처리는 깍듯이 하고, 진정으로 남과 사귀어야 하는 것들”이라며 구체적으로 설명되었다. 공장이가 자기 일을 잘 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연장을 잘 정비하는 것처럼,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공손함과 깍듯함 그리고 진정함을 수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공감과 관련하여 중요한 글자는 ‘욕’이다. 엔지니어engineer가 자신의 작업을 잘하고 싶은 욕망, 디자이어desire의 전제조건은 장비의 유지보수이다. 공자는 기술전문가들인 공장이 비유를 통해 공감능력의 극대화를 위한 장비가 공손함, 깍듯함, 진정함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다만 상인 출신인 자공에게 ‘공장이’ 비유를 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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