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장 공감과 수치심/행기유치行己有恥
‘말은 반드시 믿음이 있게 한다言必信’는 것은 약속이 있으면 반드시 실천하여 그 시기를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言必信者。有約必踐。不度時也。《논어고금주》
공자에 따르면 선비는 말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러한 선비의 최종 목표는 유학자답게 성군의 곁에서 나랏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직자가 될 선비는 말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논어》의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풀어 보자. 공자의 말마따나 누구보다 자신의 말에 책임감을 지녀야 하는 사람은 오늘날 누구인가? 바로 정치인이다. 이제 국민들은 선거 공약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정치인의 성과를 확인할 때 공약 달성율을 확인한다. 그러니 정치인은 국민의 인식을 되돌릴 수 있도록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언필신”에 이어지는 “행필과行必果”를 《한글 논어》에서는 “행동에 끝장을 보고야 마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약용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행동을 반드시 결실이 있게 한다行必果’는 것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결실이 있으나 그 의리를 헤아리지 않는 것이다.
行必果者。有事必結。不揆義也。《논어고금주》
또한 약속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결과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물론 결과물이 최선의 것이 아니고 때로는 기대에 ‘못 미친다[不及]’ 하더라도, 결과가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비에 대해 논하던 공자와 자공의 마지막 대화는 다음과 같다.
자공 : 요즈음 행정가들은 어떻습니까?
曰今之從政者何如。
공자 : 흥, 조불조불한 사람들을 어찌 다 셀까!
子曰噫。斗筲之人。何足算也。 <자로> 20장 d
이 문장을 보고 한번 우리나라의 지금 행태를 떠올려 보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어느 유명한 만화의 대사로 마무리하겠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