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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Apr 04. 2022

다산의 공감 연습2(맹자-2)

2장 기한을 정하지 않은 즐거움/여민동락與民同樂

 지난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당선인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선거 유세할 때에는 광화문 집무실을 약속했지만, 당선된 뒤에는 집무실을 용산으로 바꾸어, 국방부를 포함한 다른 기관들까지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당선인은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서 용산 일대를 공원화하여 국민들과 소통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맹자》의 첫 번째 편 <양혜왕> 상上편 2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양혜왕> 상편 1장에 이어 2장에서도 양혜왕과의 대화가 소개되어 있다. 양혜왕이 통치하는 양나라는 원래 전국시대의 주요 국가 중 하나인 위魏나라였다. 그러나 위나라가 대량大梁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양梁이라는 국호를 쓰게 된 것이다. 천도를 하거나 국호를 바꾸었다는 것은 국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력 신장을 도모하거나 새로운 지도자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토목공사를 벌이는 것은 고대부터 이어진 일반적인 통치전략이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나러 갔을 때, 마침 양혜왕이 연못가에 있었다. 양혜왕은 문득 물새들과 사슴 떼를 쳐다보면서 ‘현인들도 이런 풍경을 좋아하는지’ 맹자에게 물었다. 양혜왕이 어떤 의도로 질문을 했는지 파악한 맹자는 ‘어진 사람이라야 이런 풍경을 즐길 줄 안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시경詩經》의 ‘영대靈臺’라는 시를 읊는다.     


영대를 지어 볼까 터 닦아 시작하던 날 
云經始靈臺, 經之營之,
무리들 모여들어 어느새 이루어졌네 
庶民攻之, 不日成之.
서둘지 말라 해도 제 집인 양 짓는 것을! 
經始勿亟, 庶民子來.     


 영대靈臺는 주周나라 문왕이 올라가서 사방을 바라보던 높은 터이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의 집무실이 있는 곳을 청와대靑瓦臺라고 불렀는데, 청와대, 백악관 같이 영대도 문왕의 일종의 집무실이 있던 곳이다. 양혜왕이 자신이 꾸며놓은 못가를 보며 나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내비치자 맹자는 오래된 문왕의 <영대> 시를 가져와 백성들이 자원하여 건설한 것을 상기시킨다.     


문왕은 백성의 힘으로 대를 쌓고 못을 팠으나 백성들은 이를 진심으로 환영하여 그 대를 영대라 부르며 (…) 마음껏 즐거워하였답니다. 옛날 사람들은 백성들과 함께 기쁨을 서로 나누었기 때문에 잘도 즐길 수 있었던 것이랍니다. 
文王以民力爲臺爲沼. 而民歡樂之, 謂其臺曰靈臺. 古之人與民偕樂, 故能樂也.
<양혜왕상> 2장      


 맹자는 문왕의 영대를 짓는 것에 대해 백성들이 진심으로 환영하였다는 역사전 전거를 들면서,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것[與民偕樂]’이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물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표현은 양혜왕과의 대화가 아니라 제선왕齊宣王과의 대화에서 등장한다. 여기서는 ‘여민해락與民偕樂’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함께’라는 의미의 해偕는 ‘여민동락’의 동同와 같은 의미이다. 


 ‘여민동락’은 <양혜왕> 하下편 1장에 나오는 고사성어이다.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은 맹자가 양혜왕보다 먼저 만났던 군주이다. 시기적으로 제선왕과의 이야기가 먼저 나와야 하지만, 《맹자》의 핵심을 보여주는 ‘공감[仁]’과 ‘공정[義]’에 관한 담론이 양혜왕과의 첫 대화 중 ‘하필왈리何必曰利’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양혜왕이 《맹자》에서 가장 앞에 등장하는 것이다.

 <양혜왕> 하편 1장은 맹자가 장포莊暴라는 사람에게 제선왕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맹자가 제선왕을 만나 음악을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자, 제선왕은 당황하며 “제가 선왕先王의 아악雅樂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항간에 떠도는 속된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뿐이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요즘 말로 풀이하면, 제선왕이 즐기는 음악은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대중가요라는 것이다. 그러자 맹자는 음악의 장르에 관계 없이 음악을 즐기는 것과 정치를 연관시켜서 공감 정치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맹자 : 왕께서 그처럼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제나라 통치쯤이야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현 대의 음악도 고대의 음악과 같은 것입니다.
 王之好樂甚, 則齊其庶幾乎. 今之樂, 由古之樂也.
제선왕 :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을는지!” 
 可得聞與.
맹자 : 혼자서 음악을 즐기는 것과 남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과 어느 것이 더 즐거울까 요?
 獨樂樂與人樂樂, 孰樂? 
제선왕 : 남들과 함께 함만 같지 못하지요.
 不若與人
맹자 : 소수의 사람과 더불어 음악을 즐기는 것은 다수의 사람과 더불어 음악을 즐기는 것 은 어느 것이 더 즐거울까요?” 
 與少樂樂與衆樂樂, 孰樂?
제선왕 :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함만 같지 못하겠지요.
 不若與衆.
<양혜왕> 하편 1장     


 음악의 장르를 따지는 식의 전문적인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즐기는 것 그 자체에 빗대어 정치의 본질에 대해 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꼭 음악이 아니어도 회화, 무용, 문학 등 다양한 예술분야로 대체해도 무방한 대목이다. 여기서는 제선왕의 취미가 음악에 있다고 했으니 음악을 예로 든 것인데, 핵심은 ‘다른 사람과 함께[與人]’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더 발전하여 소수[少]의 다른 사람보다는 다수[衆]의 사람과 더불어 즐기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클래식 음악들도 대중화되었지만, 요새는 케이팝K-pop이라고 불리는 대중大衆음악이 정치적 의미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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