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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Apr 08. 2022

다산의 공감 연습2(맹자-3)

3장 고정 수입과 도덕심/유항산 유항심有恒産 有恒心

 《맹자》의 첫 번째 <양혜왕> 상편의 주요한 대화상대는 양혜왕과 제선왕이다. 하지만 실제 역사적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맹자는 제선왕을 섬기다가 양혜왕에게 갔고, 그의 아들 양양왕梁襄王이 즉위하자 다시 제나라로 가 제선왕의 아들 제민왕齊湣王을 보았다고 했다. 또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열전列傳> 편에서 장자莊子를 소개할 때, 양혜왕과 제선왕과 동시대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양혜왕과 제선왕이 맹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마천은 맹자의 강력한 라이벌로 장자를 상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맹자》에서 맹자가 당시에 가장 우려하던 사상가는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이다. 장자의 이름이 장주莊周인데, 양주와 장주를 동일인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아무튼 맹자와 장자 시대의 대표하는 군주 중 한 명인 제선왕과 맹자의 대화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논의가 다루어진다. 양혜왕이 《맹자》의 첫머리에 나온 것은 맹자의 인의仁義 사상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였다. 실제로 맹자가 양혜왕을 만난 다음 해에 양혜왕이 죽었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다. 맹자의 현실정치의 꿈은 제선왕과 있을 때 가장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양혜왕> 상편은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양혜왕과의 대화가 5장까지 이어지고, 6장에서 양양왕이 등장하고, 마지막 7장에서 제선왕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양혜왕> 하편에서 제선왕은 9장까지 계속 등장한다. 제선왕과의 첫 번째 대화는 제환공齊桓公과 진문공晉文公이라는 춘추오패春秋五伯라고 불렸던 패왕霸王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인물들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제선왕도 제환공과 진문공과 같은 업적을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치며 그것을 이룰 방책을 물어본 것인데, 맹자는 공자의 제자들이 제환공과 진문공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제환공이나 진문공의 정치가 아니라 왕도정치王道政治에 대해 말하겠다고 한다.


 맹자가 제선왕에게 설명하는 왕도정치는 나중에 양혜왕에게 주장하는 공감[仁]과 공정[義]의 정치와 다른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맹자는 ‘흔종釁鍾’과 관련하여 이야기한다. 흔종은 고대 종교의식 중 하나로 희생犧牲의 피를 종에 바르는 행위인데, 이전에 제선왕이 흔종 의식에 끌려가는 소를 보고는 양으로 바꾸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가 전해지자 백성들 사이에서 제선왕이 재물을 아끼려고 소 대신 양으로 바꾸었다라는 소문이 퍼졌던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제선왕이 소를 양으로 바꾼 것이 재물을 아끼는 차원이 아니라고 두둔했다. 


 여기서 맹자가 말하는 공감정치의 핵심은 제선왕이 끌려가는 소를 직접 보고 반응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제선왕이 끌려가는 양을 보았다면 양 대신 다른 동물로 바꾸라고 했을 것이다라는 말이다. 끌려가는 것이 소이든 양이든 동물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끌려가는 것을 안 보았으면 모르는데, 직접 끌려가는 동물의 모습을 보게 되니 제선왕이 그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외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맹자는 이러한 마음을 ‘불인지심不忍之心’이라고 했다.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또는 ‘참지 못하는 마음’이라고 옮길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맹자는 이 마음이면 왕의 마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런 마음씨면 넉넉히 왕이 되실 수 있는 것입니다. 백성들은 왕더러 아끼는 마음이 나서 그랬다고 하지만, 신은 왕께서 차마 그러실 수 없어서 그러신 줄을 잘 알고 있습니다.
是心足以王矣. 百姓皆以王爲愛也, 臣固知王之不忍也.
<양혜왕> 상편 7장     


 백성들은 왕이 소를 아끼려고 양으로 바꿨다라고 말하지만, 맹자는 ‘불인지심’ 때문에 소를 아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선왕의 행동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제선왕이 소를 양으로 바꾼 것의 진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제선왕은 백성들의 비난에 마음이 상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맹자가 ‘불인지심’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제선왕의 행위를 변호해 주고, 왕도정치를 할 수 있는 충분하 자질이라고까지 평가해 주니 제선왕의 입장에서 맹자의 말을 더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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