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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Dec 07. 2021

다산의 공감 연습(7장)

7장 공감의 일관성/일이관지一以貫之

충서忠恕라는 글자는 《중용》 13장에도 나온다.


충서는 도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 

忠恕違道不遠。

내게 베풀기를 원하지 않거든 그것을 남에게 베풀지 마라.

施諸己而不願。亦勿施於人。


《중용》은 성리학 전통에서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글로 여겨진다. 공자의 도가 증자에서 자사로 계승되었다는 정통성의 주요한 근거로 사용되는 글자가 바로 충서다. 사서의 나머지 책들인 《대학》, 《맹자》에서는 서恕로 나타나지만, 《중용》만 충서忠恕로 기록되었다는 점에서 자사가 증자를 계승했다는 주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서를 설명하는 문장 구조가 《논어》 <위령공>편 23장의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과 약간 차이가 있다. 특히 “기소불욕己所不欲”의 ‘불욕不欲’과 짝을 이루는 부분이 ‘불원不願’으로 바뀌어 있는데, 욕欲과 원願은 모두 ‘바라다’라는 의미이므로 크게 문제는 없다. 이러한 《중용》에 대한 해설서로 정약용은 유배 말기 무렵 다산초당에서 《중용자잠中庸自箴》을 저술했는데, 여기에서 또다시 서의 중요성을 가리킨다.


경계해 말하건대 중용의 도를 행하고자 한다면 서恕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箴曰 欲行中庸之道者。 非恕不能。

서 한 글자는 만사만물을 꿰뚫을 수 있다. 

一恕字可以貫萬事萬物。


서는 하나로써 만 가지를 꿰뚫는 것이다. 

恕者以一而貫萬者也。

충서忠恕라고 말하는 것은 중심中心으로 서를 행하는 것이다.

謂之忠恕者。以中心行恕也。


이렇게 정약용은 서를 두고 “중용의 도를 행하고자 한다면欲行中庸之道者 서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非恕不能. 서 한 글자는 만사만물을 꿰뚫을 수 있다一恕字可以貫萬事萬物”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증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의미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나, 동시에 그 ‘공자의 도를 하나로 꿰뚫는 충서’의 핵심이 다름 아닌 서라고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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