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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9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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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Jan 03. 2024

97. 연수원장의 정체

I.P.O 웹소설

오전 8시 김태산 대리는 벌써 출근해 어제의 기업IR담당자 연수기획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직은 지점에서의 생활방식이 남아 있어 새벽에 눈이 떠지니 새벽같이 출근해 일을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은 어제의 숙취가 있는지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김태산 대리가 한참 기획안을 만들고 있는데 오송미 사원이 출근하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일찍 나오셨네요"오송미 사원이 인사하며 자리에 앉는데 김태산 대리에게 어제의 술기운이 느껴졌는지 탕비실로 가서 커피 한잔을 타다 김태산 대리에게 준다

"어제 달리셨나 보네요"오송미 사원이 말한다

"아이구 고마워요. 어제 간만에 아는 기자분하고 연수원 뒤 삼겹살집에서 달렸네"김태산 대리가 술기운이 남았는지 허세를 부리며 말한다

"이따가 해장국 드셔야겠어요. 점심 때 아주머니께 말씀드릴께요. 여기 아주머니 해장국 잘하세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아, 해장국도 구내식당 메뉴에 있나요?"김태산 대리가 놀라서 물었다

"콩나물 해장국이요. 아주 시원해요"오송미 사원이 웃으며 말했다

"오 좋아좋아. 속 쓰리고 머리는 돌고 힘드네"김태산 대리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어서 커피라도 좀 드세요"오송미 사원이 커피를 권했다

"땡큐"김태산 대리는 오송미 사원이 타다준 커피를 마시며 정신 차리고 기획안을 다시 다듬기 시작했다

강동훈 연수원장이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건성으로 인사를 받고 연수원장 방으로 향한다

"밤새 무슨 일 있어나봐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무슨 일?"김태산 대리가 기획안을 만들다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오송미 사원을 바라본다

"새벽에 끝난 미국시장이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아 미국시장"김태산 대리는 HTS를 올려 미국증시 마감시황을 체크했다

미국증시가 금리인상에 대한 연준위원들의 매파 발언에 장 막판에 크게 밀리며 끝이 난 모습이다

우리 증시나 미국증시나 금리인상은 시장의 가장 큰 악재 중에 한가지였다

금리인상은 시장참여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들여 투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는 것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한계기업은 신규투자금을 마련 못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저금리에 있을 때는 돈 구하기 쉬워 한계기업도 주가가 오르지만 금리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어 투자자들도 꼭 오를 종목만 매수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연수원장님 미국주식도 하나?"김태산 대리가 오송미 사원에게 물었다

"그건 모르겠어요. 우리 증시에는 꽤 큰 돈을 굴리시는 것도 같은데요"오송미 사원이 답했다

오송미 사원이 탕비실로 들어가 커피를 타서 원탁에 올려놓고 연수원장을 부르러 원장실로 갔다

김태산 대리는 기획안을 출력해 3부를 원탁위에 올려놓고 연수원장을 기다린다

"자 회의하지"연수원장이 원탁에 앉으며 말한다

"안녕하십니까"김태산 대리가 다시 인사했다

"아 이게 어제 말한 기획안 수정한 건가?"강동훈 연수원장이 기획안을 훌터보며 말한다

"예 어제 말씀드린 것 수정해서 만들어 봤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어제도 말했지만 예산이 없어서 별도로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어요. 그리고 예상 참가자 명단이 있으면 좀 첨부해 주겠어요"연수원장이 요청했다

"예 일단 기획안이 확정되면 참가자들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오늘 저녁에 한국태양광 김요한 IR팀장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IR담당자들은 더 잘 알고 계실테니까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그래요. 아주 의욕이 넘처서 김대리는 맘에 들어요. 이따가 회의 끝나고 잠깐 내 방에서 좀 보지요. 그리고 오송미씨는 어제 김씨아저씨하고 일한거 어떻게 되었어요"강동훈 연수원장이 김태산 대리와 연수원장실에서 따로 미팅을 하자고 했다. 연수원으로 출근하고 잘 적응하고 있는지 면담을 하려는 것도 같았다

"예 김씨아저씨가 그러는데 연수원이 오래되어서 난방이 많이 새는 것 같다고 오래된 파이프만이라도 좀 갈자고 하시네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음 그게 예산이 확보가 되야 할 수 있는 일이라..."강동훈 연수원장이 말을 하다 말끝을 흐렸다. 아마도 본사 인사관리팀이 재무팀에 예산요청을 못하는 눈치였다

연수원팀은 관리만 할 뿐 예산권은 인사관리팀에서 갖고 있으니 뭘 하고 싶어도 본사 인사관리팀이 예산을 확보해주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러면 새해 대리승진자와 과장승진자 연수 때 감기환자 속출할 수 있는데 이거 난감하네요"오송미 사원이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말한다

"아니 지난 번 대리연수 때는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았는데요"김태산 대리가 자신의 대리연수 때 경험을 말했다

"김 대리님 때는 그래도 시설이 괜찮았죠. 지금은 한해한해 건물 노화가 심해져서 김씨아저씨가 파이프라도 갈지 않으면 열효율이 점점 떨어진데요

"일단 내가 본사랑 이야기 해 볼께요. 그럼 뭐 더 할 이야기 있나?"연수원장이 말했다

김태산 대리와 오송미 사원은 더 이야기 할 것이 없다는 듯이 강동훈 연수원장을 바라보았다

"OK 오늘도 수고하고 이따가 김대리는 내 방으로 좀 오구"연수원장이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지, 방으로 따로 부르시고"김태산 대리가 일어나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아마도 출근하시고 잘 적응하시는 지 면담하는 거 아닐까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그러겠지. 괜히 신경쓰이네"김태산 대리가 자리로 돌아가 앉으며 말한다

"저는 김씨아저씨한테 잠깐 갔다 올께요"오송미 사원이 사무실을 나갔다

김태산 대리는 다이어리를 챙겨 연수원장 방으로 향했다

김태산 대리가 노크를 하고 연수원장실로 들어가니 강동훈 연수원장이 의자를 갖고 연수원장 책상 앞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김태산 대리는 의자를 끌고와 연수원장 책상 앞에 앉았다

"자네 한국태양광하고 잘 알고 지내나?"연수원장이 모니터를 김태산 대리방향으로 돌리며 한국태양광 현재가 화면을 보여주며 물었다

"예 제가 잠실지점에 있을 때 한국태양광 법인계좌와 오너계좌를 관리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아 그럼 장한국 대표도 잘 알겠네"강동훈 연수원장이 다시 물었다

"예 오너계좌를 관리하다 보니 자주 찾아뵈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그럼 한국태양광주주협의회도 알겠네"강동훈 연수원장이 물었다

"예 장한국 대표의 우호세력입니다. 금산의 적대적M&A에 한국태양광주주연합회는 금산편에 섰구요"김태산 대리가 설명했다

"잘 알고 있구만, 내가 한국태양광주주협의회 창립 멤버야"강동훈 연수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몰랐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조용한 지점장이 자낼 지점에서 내보내게 생겼다고 해서 내가 자넬 땡겨왔지, 장한국 대표도 자네 걱정하며 전화도 주었구"강동훈 연수원장이 말했다

"아 그러셨군요. 다들 고마운 분들입니다"김태산 대리는 처음 알았다는 듯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가 한국태양광 적대적M&A에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장한국 대표가 그러더군. 앞으로도 한국태양광 건으로 움직일 일 있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하고 움직이도록하구. 오송미 사원에게는 적당히 잘 둘러대구. 괜히 말나오면 곤란해 지니까, 알았지?"강동훈 연수원장이 김태산 대리가 한국태양광 적대적 M&A 건으로 한국태양광과 함께 일할 것이 있으면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한국태양광주주협의회가 비상장일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강동훈 연수원장이 창립멤버였다니 등잔밑이 어두웠던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한국태양광 건은 원장님께 따로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이따가 김요한 IR팀장 오면 같이 저녁식사하자구"강동훈 연수원장이 김요한 IR팀장과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했다

"예 알겠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인사하고 연수원장실을 나왔다

김태산 대리는 바로 눈 앞에 한국태양광주주협의회 창립멤버를 두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김태산 대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으로 김요한 IR팀장에게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김태산입니다"김태산 대리의 전화에 김요한 IR팀장이 벨이 한번 울리고 바로 받았다

"오 어쩐 일이야"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그거 아셨어요. 저희 연수원장님이 한국태양광주주협의회 창립멤버라는 사실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아 그거 깜짝 놀래켜줄라고 했는데 벌써 알아버렸네. 이따가 저녁에 자네하고 만날 때 연수원장님도 함께 하시겠다고 하더라구"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그러셨구나. 전 깜짝 놀랐어요. 연수원장님이 좀 전에 원장실로 부르셔서 갔더니 주주협의회 창립멤버라고 하시더라구요"김태산 대리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연수원장님이 한국태양광 초기에 투자해 주셔서 상장 할 때도 도움을 많이 주셨지. 그런데 좀처럼 앞에 나서지는 않으셔 지금도 우리 회사 주식을 꽤 갖고 계신 주요주주님이지"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미리 귀뜸이라도 해주시죠"김태산 대리가 미리 알지 못한 것이 연수원장에게 죄송할 따름이었다

"긴 이야기는 이따가 저녁에 만나서 하자구. 수고하구"김요한 IR팀장이 통화를 끝냈다

김요한 IR팀장이 기다리는 전화가 있는지 더 이야기 하진 못했다. 

김태산 대리가 연수원으로 발령이 난 것이 조용한 지점장이 힘 써 준 것도 있지만 강동훈 연수원장이 땡겨준 것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알게 모르게 김태산 대리를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되면 한국태양광 적대적 M&A에 김태산 대리가 여전히 도움 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 같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강동훈 연수원장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 마침 오송미 사원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저 연수원장님 좀 아세요?"김태산 대리가 오송미 사원에게 물었다

"예 전 한 3년 함께 일했는데 친절하시고 매너 좋으시고 일도 잘하시구, 주식투자도 잘하시는 것 같구 그렇죠"오송미 사원이 연수원장에대해 설명하는 말은 다 좋은 이야기 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실력 있는 분이 왜 연수원장으로 있는거죠?"오송미 사원에게 물었다

"잘은 모르지만 본사에 계실 때 회장님하고 사이가 틀어지셨나 봐요. 그래도 대한증권에 1명 밖에 없는 서울대 출신인데 이렇게 연수원장으로 발령내고 5년째이니까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아 그래요"김태산 대리는 오송미 사원에게 연수원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연수원장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그렇게 실력있는 분이면 다른 증권사나 금융사에서 땡겨갈 수도 있을텐데 이렇게 연수원장이라는 한직에 5년간 머물러 있는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동훈 연수원장이란 분 알면 알수록 참 신기한 분 같았다

오전 9시 증시가 개장했고 여전히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었고 이렇게 보니 연수원장이 한국태양광의 주요 주주라니 아마 1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 중에 한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김태산 대리는 왜 강동훈 연수원장이 5년간 조용히 연수원장으로 묻혀 지냈는지 알 것 같았다

강동훈 연수원장은 혼자만의 투자자문사를 연수원장실에 차려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숨은 고수를 눈 앞에 두고도 김태산 대리는 몰라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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