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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9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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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Jan 07. 2024

99. 기록의 중요성

I.P.O 웹소설

김태산 대리는 토요일 오전에 연수원 창고로 출근해 서울지역 지점에서 전표파쇄를 위해 모여든 동기들과 지점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년에 한번씩 5년 보관기한과 10년 보관기한의 서류들을 확인하고 폐기하는 것으로 각 지점에서 한명씩 차출해 서류폐기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대표적으로 주문을 할 때 사용하는 수기전표들은 5년을 기준으로 폐기하게 되어 있었다

각 지점별로 영업사원 수마다 하루에 전표 한두묶음 정도를 생산하기 때문에 쌓아두면 꽤 많은 양이 되기 때문에 이를 파쇄하는 작업도 반나절 정도 걸리는 작업이었다

특히 박스마다 잘못 섞여 들어간 서류들이 있을 수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박스를 열고 문서마다 내용과 제목을 확인하고 보관기한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어 왔어, 토요일날 쉬어야 하는데 잘 왔네"김태산 대리가 잠실지점의 한용수 대리를 방갑게 맞아 주었다

"이걸 아직도 우리가 할 짬밥이냐"한용수 대리가 짜증나는 목소리로 푸념을 했다

"그래 빨랑 끝내고 맛난 점심 먹으로 가자, 오늘 식당 아주머니가 특식을 준비해 주신데"김태산 대리가 한용수 대리를 위로 했다

일단 연수원 강의실에 지점 직원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금새 50여개 지점들이 다 모였는데 오늘 있을 문서파쇄 작업을 위해 관련 업체 직원분이 나와서 파쇄할 서류를 창고 밖으로 내와서 쌓아두면 자신들이 가져다 파쇄한다고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김태산 대리가 강단에 올라 문서파쇄 기준일을 설명하고 이전 서류들은 파쇄해도 되지만 혹시나 보관연한이 남은 서류는 따로 분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 지점별로 한달에 한번 지점별로 생산된 문건들을 이 곳 연수원 창고로 보내는데 각 지점별로 선반이 구분되어 있어 매달별로 차곡차곡 쌓아둔 상태라 박스 안 문서들이 섞이지만 않으면 빨리 끝날 수도 있는 작업이었다

서울 시 내 대한증권 지점들이 다 왔다는 걸 확인하고 출석부에 개인 별 날인을 받은 뒤 일제히 작업에 들어가 서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김태산 대리는 각 지점별로 창고 밖으로 내놓은 문건들을 최종적으로 파쇄업체들과 복수로 체크해서 파쇄문건의 명단을 만들어야 했다

문서가 파쇄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김태산 대리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기록을 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직원들이 창고에 들어가 각 지점별 문서박스들을 확인하고 5년전 박스들부터 확인하고 파쇄할 문서들을 박스채 들고 나와 창고 밖에 쌓기 시작했다

박스들 중에 여의도지점과 강남과 반포, 대치지점 등은 유력 인사들의 주식거래 내역이 들어 있어 특히 신경써야 하는 것으로 금융거래 정보가 개인정보이기도 하고 혹시라도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전표라도 한장 외부로 유출되면 난리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서 봐야 했다

작업 시작한지 한시간 정도 지나면서 창고 밖에 박스들이 상당히 쌓이기 시작했는데 문서파쇄업체 직원이 김태산 대리에게 와서 문서파쇄를 시작해도 되겠냐고 문의해 함께 파쇠기 앞으로 가서 일일이 문서명을 기록하며 파쇄를 시작했다

김태산 대리도 입사해서 문서 파쇄작업에 파쇄기를 보기는 처음인데 굉장히 큰 문서 파쇄기에 서류를 한꺼번에 집어 넣으면 기계가 알아서 가루로 파쇄를 해 주는 기계였다

기계에 서류를 쏟아넣는 것은 쉽겠지만 자칫 보관기간의 서류가 들어 있을 수 있어 김태산 대리가 마지막에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수기로 기록하며 파쇄를 해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다

강남과 반포, 서초와 대치지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찍 끝이 난 모습인데 이제는 김태산 대리에게 로드가 많이 걸리게 된 모습이었다

앞에서 각 지점별로 쏟아낸 파쇄문건을 김태산 대리 혼자 재확인하고 파쇄업체 직원들과 작업을 하니 로드가 걸릴 수 밖에 없었다

본사 영업팀에 이한호 대리가 늦잠을 잤는지 헐레벌떡 뛰어와 가뿐 숨을 몰아쉬며 김태산 대리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고 창고로 뛰어들어갔다

한용수 대리가 잠실지점 파쇄서류 분류가 끝났는지 장갑을 벗으며 김태산 대리에게 다가온다

"뭐 도와줄 것 있어?"한용수 대리가 도와주려고 물었다

"응 너도 옆에서 이 양식에 저 분들이 주시는 파쇄문서 제목하고 지점 그리고 보관기간 좀 수기로 써 줘라. 고마워"김태산 대리가 한용수 대리에게 부탁했다

"그래 어렵지 않네"한용수 대리가 김태산 대리가 건네주는 양식을 받고 김태산 대리 건너편에 서서 파쇄업체 직원이 파쇄기로 던져넣기 전에 문서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혼자하기 보다는 둘이 하니 진도가 빨라지기는 했다

다른 지점 동기들이 와서 도와주려 했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어 식당에 가서 특식을 즐기라 말해주었다

토요일날 연수원에 일이 있으면 식당 아주머니들은 특근수당을 받을 수 있어 좋아하시는데 특히나 토요일날 행사는 외부인 초청 강연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어 식대도 특별히 많이 예산이 반영되어 아주머니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시곤 했다

김태산 대리도 수기로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지만 일일이 신경을 써서 기록해야 해서 배가 고파오긴 했다

그래도 동기인 한용수 대리와 함께 하니 아까보다는 훨씬 빨라져서 식당 문 닫기 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파쇄기 앞에 쌓여 있던 박스들을 거의 다 끝내고 나니 늦게 온 이한호 대리가 생각이 났다

파쇄기 업체 분들에게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고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가 다시 창고로 갔다

문서가 가득했던 선반들이 지점별로 거의 다 비워지고 한두박스 정도만 남겨져 있었는데 이한호 대리의 영업부는 여의도 본사라 그런지 꽤 양이 많아 보였다.

이한호 대리가 이런 날 늦게 와서 꼼짝없이 연수원 특식을 못 먹게 생겼다는 생각에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짜증이 날려고 했다

그런데 이한호 대리는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가 짜증내는 표정에도 박스를 일일이 뒤지면 서류철들을 따로 빼내고 있었다

"야 너 뭐하는거야? 그렇게 뺄것 없어, 기한이 지난 건 다 한꺼번에 내놓으면 돼"한용수 대리가 짜증내며 말했다

이 말에 이한호 대리가 고개를 들어 조용하라는 손짓을 하고 다시금 서류박스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진짜 뭐하는 짓이야?"김태산 대리가 다시 물었다

"나도 지점장이 시켜서 이러는 거야. 그냥 박스체 내놓으면 나도 편하지"이한호 대리도 짜증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고 보니 이한호 대리 옆에 메모가 한개 놓여 있는데 이름과 기간이 쓰여 있었다. 보통 각 영업사원별로 매매전표를 일주일 단위로 묶는데 그 일주일 단위로 묶은 전표를 찾아서 따로 빼내는 모양이었다

"야 이거 따로 빼서 뭘 할려구?"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지점장이 파쇄하지 말고 남겨두라고 특별히 지시한거야"이한호 대리가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한용수 대리가 이한호 대리가 옆에 따로 내놓은 전표뭉치들 중 한개 를 꺼내 살펴봤다

"정치인들 이름이 보이네"한용수 대리가 말했다

박스 속에 전표를 일일이 확인하던 이한호 대리가 한용수 대리를 보며 조용하라 손짓한다

"지점장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 전표들은 파쇄하지 말고 따로 보관해 두라고 하더라구, 아무래도 뭔가 걱정하는 게 있나봐"이한호 대리가 말했다

그도 그럴께 전표들에 기록되어 있는 주식매매기록은 가장 기초적인 데이타라 이를 맞춰보면 투자자가 주가작전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공개정보를 이용한 매매인지 금새 알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정치인들이 실명 보다는 가족들 중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차명을 통해 정치자금을 비자금으로 숨겨두는 경우가 많은데 영업직원들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그 돈이 정치자금이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특히나 선거때를 전후해서 뭉칫돈으로 빠져 나가는 자금들은 100% 정치자금이라고 봐도 틀림이없었다

김태산 대리가 메모를 살펴보니 꽤 많은 양이라 역시 여의도 본점이라 많은 정치자금을 핸들링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이 자식 이것 때문에 일부러 늦게 왔구나"김태산 대리가 이한호 대리를 보고 말했다

"도와줘?"한용수 대리가 물었다

"아냐아냐 나 혼자 할 수 있어. 헷갈리니까 니들 먼저 밥 먹어 나도 끝내고 바로 갈께"이한호 대리가 미안한지 먼저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야 니가 끝내야 밖에 파쇄업체 분들도 일을 끝내고 식사하러 갈 수 있어. 저거 계속 세워두면 오후 일당까지 내야 해서 본사 재무팀에서 난리피울거야"김태산 대리가 기여코 도와주겠다고 말하며 메모 옆에 섰다

이한호 대리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메모 속에 기간 전표들만 따로 빼서 내 달라고 했다

한용수 대리는 분류가 끝난 박스들을 밖으로 옮겼다

"영업부라 챙겨야 할 것들이 많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태산아 이거 비밀이다. 저기 강남하고 반포 그리고 서초지점도 한박스씩 남겨두었잖아 저게 다 그런거야"이한호 대리가 말했다

둘이 달라 붙어 박스속 전표철을 찾아보니 일이 금새 끝났다.

따로 빼 놓은 매매전표들만 따로 한박스를 만들어 두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연한이 된 것들이라 창고 밖으로 갖고 나왔다

한용수 대리가 혼자 박스를 옮기느라 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용수야 넌 좀 쉬어라, 땀이 장난 아니다"김태산 대리가 박스를 들고 나오면서 한용수 대리에게 좀 쉬라고 했다

김태산 대리와 이한호 대리가 박스를 창고 밖에 쌓아둔 박스들을 파쇄기 있는 곳으로 날랐고 마지막 파쇄리스트에 기록하고 모두 파쇄기 업체 사람들 손에서 파쇄기 안으로 던져졌다

누군가에게 기쁨도 주고 슬픔도 준 매매기록들이 파쇄기 속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이렇게 5년 보관 기한이 지난 문서들은 모두 종이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김태산 대리는 파쇄리스트를 챙겨 사무실로 갔고 한용수 대리와 이한호 대리도 김태산 대리 뒤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갔다

"오 이렇게 생겼구나"이한호 대리가 연수원 사무실을 처음 들어와 본 듯이 말했다

"야 전형적인 사문실인데, 꼭 본사부서 같아"한용수 대리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파쇄리스트를 책상에 놓고 벽시계를 봤다

벌써 점심시간이 끝나갔다

"야 식당으로 빨랑 뛰어 오늘 특식이야"김태산 대리의 말에 이한호 대리가 먼저 뛰기 시작했다. 그 뒤를 한용수 대리가 따라 뛰었고 김태산 대리도 따라 뛰었다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식사를 마치고 연수원 1층에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오랜만에 만나 동기들 끼리 이런 저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식당은 대부분 직원이 식사를 마치고 빠져 나가서 자율배식에 반찬들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아주머니들이 김태산 대리를 알아보고 주방에 따로 챙겨 놓은 반찬들을 꺼내 주셨다

"실장님 여기 반찬 따로 챙겨 놨어요"아주머니가 김태산 대리에게 반찬을 보여주며 가져가라 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김태산 대리가 인사를 하고 반찬을 받아갔다

이한호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식판에 밥만 퍼서 식탁으로 왔다

"야 그런데 니들은 뭐 그렇게 따로 빼놓는 전표가 많냐?"한용수 대리가 물었다

"그게 지점장님이 본사만 믿고 있다가는 영업부 직원들이 당할 수 있다고 혹시 모를 일에 보험으로 갖고 있는거래"이한호 대리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가 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지난 번 본사 서버 털렸잖아. 거기에 다 통화기록도 있고 전화통화 내용도 있을 텐데 종이전표가 뭐 증거가 되나?"김태산 대리가 디지털 세상에 종이전표를 따로 보관해야 한다는 점이 이해가 안되는지 다시 물었다

"지점장 왈 디지탈정보는 조작이 가능하지만 종이전표는 당일 날 기록된 수기전표라 빼박이라고 하네"이한호 대리가 말했다

"하긴 종이전표가 가장 확실한 매매증거이기는 하지"한용수 대리가 말했다

"나도 지난 번 태산이 말 듣고 한국태양광 주식 샀잖아. 그때 여의도 국회의원 보좌관이란 사람도 찾아와 한국태양광하고 중화태양광 주식을 매수하더라구. 관련 입법이 이뤄진데나 뭐라나. 그러면서 보좌관 연봉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금액을 주문하더라구, 그때 눈치 챘지. 이거 그 보좌관이 모시는 의원 돈이란 사실을 말야"이한호 대리가 말했다

"하긴 한호네는 여의도라 그런 손님 꽤 되겠네. 직접 찾아와 주문을 내니 전표 이외에는 기록이 안 남을 것이고 통화기록도 없구. 그렇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언제 창고 청소라는 핑계를 대고 여의도지점과 강남지점, 반포와 대치동 지점 전표와 문서들을 한번 살펴봐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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