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빛 사이 두 팔로 껴안은 사랑

2부-벽을 마주하다.

by 만두콩

9장. 다른 언어


어느 날 아침, 아이가 소파에 앉아 창가 쪽의 작은 빛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살이 창문을 통과하며 먼지 입자들을 비췄고, 그 입자들은 공중에서 천천히 돌아다녔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뻗었고, 손끝으로 빛을 헤아리듯 움직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고요하고 집중된 지, 나는 한참을 숨죽이며 바라봤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아이에게는 내가 알던 말과 시선 말고도, 세상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그의 언어는 빛의 패턴, 일정한 소리의 주기, 손끝으로 느껴지는 마찰 감각이었다. 우리가 ‘나라면 이렇게 반응하겠다’고 여겼던 규범은 그에게 해당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규칙과 반복, 패턴으로 안정을 얻었고, 그것이 그의 세계였다.


그날부터 나는 아이의 다른 언어를 배우려 노력했다. 엄마라는 이름표를 붙이지 않은 채, 관찰자로서 그가 무엇에 집중하는지 기록했다. 어떤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지, 어떤 장난감이 그의 관심을 오래 붙드는지, 어느 시간대에 편안해 보이는지. 기록은 수첩 한쪽을 채우고, 나는 그 수첩을 가끔 들여다보며 새로운 문장을 조합했다.


치료사와의 첫 만남에서 나는 조용히 아이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감각통합치료’와 ‘놀이치료’로 작은 자극을 주어 아이가 새로운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돕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의료적 처방보다도 먼저,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험들을 더 신뢰했다. 낮 시간에 빛의 각도를 조금 바꿔주기도 하고, 소리를 섬세하게 조절해 보기로 했다.


어느 날, 틀어준 TV에서 흘러나온 아주 짧은 멜로디에 아이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는 일상에서는 무심히 지나치는 소리였지만, 아이의 귀에는 특별한 소리로 닿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 소리를 녹음해 두고, 다음엔 내 목소리와 함께 틀어보았다. 놀랍게도, 아이는 내 목소리가 섞인 소리를 들으며 더 오래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조금씩 배워갔다. 내가 아이의 빛을 읽고, 아이는 내 목소리의 리듬을 이해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관계는 자라날 수 있었다.

나의 한쪽 눈은 여전히 보지 못했지만, 두 손과 두 귀는 더 예민해졌다. 그 예민함은 이제 아이의 언어를 해독하는 도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