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벽을 마주하다.
12장. 엄마의 좌절
피곤은 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피곤은 생각의 바닥까지 내려가 얼어붙게 만들었다.
밤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정신없이 달려가고, 낮에는 치료사와의 약속을 지키고, 집안일을 하고, 정보를 찾고, 병원과 행정처리를 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남편은 가능한 한 많은 일을 도와주려 했지만, 우리는 서로의 피로를 말로 표현하기보다 눈빛으로만 확인했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어느새 거칠어진 손과 얼굴을 바라보곤 했다.
한쪽 눈의 어둠은 여전히 내 얼굴 한쪽에 드리워져 있었고, 마음의 어둠은 더 깊고 넓게 번졌다. 가끔은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스스로를 탓할 때가 있었다.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생각이 밤마다 나를 찾아왔다.
그날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이가 한참 울었고, 나는 무너지듯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남편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집으로 왔지만, 우리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서로를 위로하려는 시도는 종종 어긋났고, 말이 서로의 상처를 더 자극할 때도 있었다.
“우리가 더 잘해줄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남편은 조용히 다가와 내 등을 토닥였다. 그의 토닥임은 말이 필요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밤, 문득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열여덟 살 때, 오른쪽 눈을 잃은 뒤 나는 슬픔과 분노 속에서 어떻게든 일상을 이어가려 했었다. 그때 배운 것들 중 작은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능한 한 매일을 채우려는 태도들이 지금 나에게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나는 그 무엇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포기하게 되면 아이와의 연결고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작은 계획을 세웠다. 매일 10분이라도 아이와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 내 감정을 적는 5분의 일기,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 하나. 그 계획은 사소했지만, 매일 실천하면서 조금씩 내 마음의 무게가 내려갔다. 좌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