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KSUSU PLACE

oksusu place vol.1

템플스테이, 육지장사

by oksusu


설 연휴 기차표를 구하지 않아 본가로 내려가지 못한 나에게 4일이란 기나긴 휴식이 주어졌다.

3일을 내내 뭐하지 ? 생각하다가 템플스테이를 가볼까 했지만 이미 늦었다. 모든 절의 예약은 다 차 있었고, 늘 계획을 성급하게 세우는 내가 답답했다. '2주 전에 미리 생각했더라면 예약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쉬워 적당한 가격대에 108배도 하고 절밥도 맛있는 그런 절을 찾아 전화를 해보았다. 다행히 남는 방이 꽤 있었고, 해당 방의 층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예약을 막아 놓으셨다.

나는 다시 한번 더 108배를 하는지 여쭤본 후 그 바로 다음 날로 예약을 잡았다.


갑자기 뭔가 두근두근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하게 된다니….그렇게 다음날이 되었다. 간략하게 옥수수와 물 정도의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나섰다.

연휴라서 그런지 길에는 사람이 없었고, 뭔가 명절의 그 분위기랄까 한산하지만 따뜻한 느낌이 느껴졌다.

버스를 내린 후 저 멀리 보니 아주머니 두 분이 서계시는데 아 저기가 셔틀 차 대기 줄이구나.라고, 단번에 알았다. 버스 차고지에 뜬금없이 등산 모자에 한껏 설레시는 눈빛의 아주머니들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나까지 설레기 시작했다.


그렇게 차를 타고 절로 향했다. 차를 운전해 주시는 분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시는 담당자라고 하시는데 되게 마르신 아저씨셨다. '잘 안 드시나?'라는 걱정이 살짝 들기도 했다.

아저씨는 예상 밖으로 밝으시달까? 뭔가. 차분하신 느낌은 없으셨다. 그렇다고 못된 사람은 아닌.

절의 기운을 받으셔서 그런지 사람이 선해 보이기는 하신다. 그런데 뭔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그렇게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 마침내 절에 도착했고, 각자 방을 배정받은 후 30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창문을 열고 누웠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와 새소리와 산의 고요함과 서늘함이 좋았다. 집이랑 같은 '방'이라는 공간인데, 편안함의 결이 달랐달까. 사람들이 왜 굳이 절까지 와서 쉬러 오는지 알 거 같았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기 위해 다 같이 큰방에 모였고, 아까 그 아저씨? 선생님? 이 진행해 주셨다.

역시나 그분은 뭔가 마음이 급해 보였다. 아니면 부끄러운 것일 수도 있겠다. 혼자 빨리 말씀 하시고, 후다닥 진행하시는 느낌이 낯설지도 않았고 이해가 간다. 나도 부끄러움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 이렇게 나서는 일은 최대한 없었으면 한다. 아니 없어야 한다.


그렇게 당황스럽지만, 즐거운 오리엔테이션이 지나고 저녁 시간이 왔다. 오늘 아침 점심을 먹지 않고 와서 너무 허기진 상태였다. 반찬은 밥, 시래깃국, 나물 반찬 2종, 김치 이렇게 나왔는데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종류의 나물 반찬이다. 절에서는 욕심을 덜어내야한다고 하는데 나물반찬에 욕심을 내버렸다. 식욕은 참았으면 참았지. 이미 먹은이상 덜먹기가 더 힘들다. 반찬들과 갓 지은 밥이 너무 찰떡같이 환상의 궁합이였고, 절밥이 왜이렇게맛있는거야.


그렇게 먹고 있는데 옆자리 대각선의 나와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 여성분께서 갑자기 말을 거셨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엄청 행복하게 드시네요."라고.

순간, '뭐지, 내가 웃으면서 먹었나? 어떻게 안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반찬이 맛있네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역시 두 끼를 굶고 먹어서 그런지 양이 조금 부족했다. 절에서도 밥 두그릇 먹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부끄러워서 그냥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한 찰나에 옆자리 여성분이 밥과 반찬을 더 가지러 가셨다. 옆자리 여성분의 용기에 얹혀가는 내가 부끄럽지만 어느새 발을 옮겨 밥과 나물을 더 푸고 있는 내가 웃기기도 했다. 역시 더 먹기 잘했다.


그나저나 엄청 행복하게 먹는다는 말을 최근에 들어본 적이 없었다. 20대 중반에는 먹는 거를 무척이나 좋아했고, 다이어트를 하했지만, 늘 음식 앞에서 굴복했다. 오죽했으면 친언니가 내가 어찌나 맛있게 먹었으면 먹방 했으면 좋겠다고 3번이나 말했으니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보다는 음식에 대한 욕심이 사그라들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아쉽지만, 늘 다이어트와 싸우는 나이기에 이 모습이어야 맞지 라며 낙심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들은 이 말이 꽤 기분이 좋았다. 맛없게 먹는 것보다는 보기에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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