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어서 친절한 사람

많이 아는 사람이 결국 따뜻한 사람으로 남는다.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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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재산세 납부 마지막 날이다.
원래는 9월 30일이 마감이었는데, 국가정보원 화재로 납기가 연장되었다.

회식 장소는 돼지갈비집이다. 과장님이 간단하게 건배사를 했다.
우리는 숯불에 돼지갈비를 굽고, 소주와 맥주를 따라주며 “수고했다, 애썼다”라는 말을 건넸다.

서무주임이 슬며시 식탁 밑에서 와인 한 병을 꺼냈다.
과장님이 소주잔에 와인을 조금씩 따라 주었다.
소주보다 덜 썼다. 와인을 다섯 잔쯤 마시자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몸도 살짝 흔들거렸다.

그때 전동진 주임이 내 앞자리에 와서 앉았다.
나는 물었다.
“주임님은 민원인에게 항상 친절하시잖아요. 어떻게 사무실에서 그런 에너지를 유지하세요? 집에 가서 방전되지 않으세요?”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는 민원인에게 억지로 친절하려고 하지 않아요. 1%만 애써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런데 왜 나는 그를 ‘친절한 직원’이라고 생각했을까.
나뿐 아니라 많은 동료도 그를 칭찬한다.

“아마 많이 알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아는 걸 정확히 알려주시니까요.”
내가 말했다.
옆에 있던 현주계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민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주는 직원을 친절하다고 느껴요.”

그 말이 참 와닿았다.
우리가 친절하려면 먼저 알아야 했다.
정확히 알고 있어야 민원인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예전에 신규 직원이 한 달간 교육을 간 적이 있었다.
그동안 다른 직원들이 민원창구를 대신 봐야 했다.
그때 나는 직접 민원창구 일을 배워 두었다.

이제는 민원창구 직원이 휴가를 요청해도 스스럼없이 가라고 말한다.
내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를 숙지하면 마음이 편하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그런 마음으로 민원인을 대하면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냥 일을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친절하다’고 느낀다.

전동진 주임도 그랬을 것이다.
그가 민원인이나 직원들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보이는 이유는
특별히 상냥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아는 지식을 나눠줄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나눔을 즐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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