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열쇠, 배우는 마음

실수 속에서도 단단해지는 법을 배운다.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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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았는데, 첫마디가 “엄마, 나 또 열쇠 잃어버렸어”였다.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딸은 매번 무언가를 잘 잃어버린다. 그래서인지 목소리에도 짜증이 섞여 있었다.


딸은 이미 주인 할머니에게 연락을 해두었다. 할머니가 열쇠를 가지고 와서 문을 열어 주기로 했다고 했다. 예전에도 유치원 열쇠를 잃어버린 적이 있어 이번에는 정말 조심했다고 했다. 손목에 걸고 다니기도 하고, 출근 전엔 꼭 확인도 했단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 없어졌다고 했다. 백팩 옆주머니에 넣어 두었는데 사라졌다고 했다.


노숙자가 주워서 내 집에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되고, 할머니에게 죄송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자신이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며 캐나다에 있는지 모르겠어”라며 울먹였다. 전화 속 목소리로 그 마음을 다 어루만질 수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또 잃어버렸어? 칠칠맞게”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는 왜 번호 키를 안 쓰는지 모르겠다.”


딸은 자신이 얼마나 신경 썼는지 계속 설명했다. 그럼에도 열쇠를 잃어버렸으니 자신이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 한 시간 넘게 문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도 속상하다고 했다. 며칠 전엔 화장실 변기까지 막혀서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고 했다. “왜 이렇게 나한테만 안 좋은 일이 생기냐”며 울먹였다.


나는 천천히 말을 건넸다. “예원아, 인생에서 열쇠 몇 번 잃어버린 거 아무것도 아니야. 자꾸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면 네 마음이 더 작아져. 이럴 땐 생각을 바꿔 봐. 해결하는 쪽으로.”

딸은 대답 없이 전화를 끊었다. 서운했지만 그 마음이 이해됐다. 그녀의 말속에 숨어 있는 무력감이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딸에게서 카톡이 왔다. ‘할머니가 키를 복사해서 회사까지 가져다 주셨어. 오늘은 다른 샘들한테 열쇠를 어떻게 관리하냐고 물었더니 다들 문 밖 비밀 장소에 숨겨 둔다네.’


나는 그 문자를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딸도 실수를 통해 하나씩 배워 가고 있었다. 그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이런 과정을 겪으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이 아닐까.


실수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실수를 통해 자신을 알아간다. 딸의 오늘이 그렇듯, 나 역시 그랬다. 삶은 언제나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틀어짐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고, 배우고, 단단해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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