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나는 딸, 그리고 함께한 하루
이번 주 일요일에 딸이 다시 캐나다로 떠난다. 어제는 머리를 파마했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저번 주 일요일, 우리는 북한산 자락 아래 있는 ‘릴랙스’라는 카페에 다녀왔다. 예전에 다녀와 좋았던 기억이 있어 딸과 함께 가고 싶었다. 계곡을 따라 지어진 집들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도 커피 한 잔과 빵 하나를 사서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초록빛 나무들이 마치 창을 덮은 듯 풍경이 눈부셨다.
딸은, “캐나다에 있을 때 이렇게 누군가랑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고 싶었어.”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책을 사이에 둔 엄마와 딸
집을 나서기 전, 딸은 책을 챙겼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하니, 딸도 가방에서 ‘아들러의 심리학 만화책’을 꺼내 보였다. 이 책은 내가 예전에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아들러 심리에 관심이 생겼을 때 사서 읽었던 책이다. 이번에 한국에 온 딸에게 추천했던 책이기도 하다.
책을 챙겨온 딸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전철을 타고 가며 나는 습관처럼 “캐나다에 가서 시간 나면 책 좀 읽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딸은 “엄마는 맨날 엄마 얘기만 해.”라며 쏘아붙였다. 순간 아차 싶었고, 곧바로 사과했다.
사람의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 듯하다. 딸이 캐나다 가기 전까지는 책 보자는 말은 꺼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딸이 겪은 진짜 어려움
카페에 앉아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캐나다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
딸은 잠시 생각하다가 친구들은 일자리를 구했는데 자기만 계속 일자리를 찾지 못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 간 이유가 유치원 교사로 일하기 위해서였는데 아무리 이력서를 내도 연락이 없어 막막했다고 했다. 쉰 군데 넘게 지원했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을 땐 정말 초조했다고 회상했다.
나는 몸이 아프거나 집을 구하지 못했을 때를 가장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한결 편안하다고 했다. 오히려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직장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그 경험이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덧붙였다.
딸의 성장을 지켜보며
나는 조용히 딸을 안아주었다.
사람이 삶에서 겪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자신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순간 아닐까.
실패 같았던 경험이 오히려 인생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하는 딸을 보며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그리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제 딸에게 삶을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엄마가 되었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마음은 충만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