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끝에 한 걸음 내디딘 순간, 꿈이 모습을 드러냈다
며칠 전 엄마 집에 가다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도서관 주민설명회 안내문을 보았다. ‘2025년 11월 26일, 시립대학교 대강당.’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설명회를 듣고 싶다는 마음이 훅 올라왔다.
몇 년 전 그 자리에 고등학교를 유치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도서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반대했다.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명문고는 곧 집값과 직결된다.시위까지 있었지만 결국 도서관 건립으로 결정됐다.
도서관이 들어선다면 동대문도 바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라니, 그 자체가 랜드마크였다. 안내문을 보는 순간 가보고 싶었지만 근무 시간이었다. 내가 간다고 하면 과장님이 생뚱맞아 하실 것 같았다. 괜히 튀는 사람 되고 싶지 않았다.그냥 조용히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출근해 체납보류 대상자를 정리하고 있는데 방송이 나왔다.
“도서관 주민설명회에 참석하실 국장님들은 차량에 탑승해 주십시오.” 그 순간 ‘오늘이 그날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면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잠시 후 다시 방송이 나왔다.
“도서관 건립에 관심 있는 직원들은 의회 앞 구청버스에 탑승해 주십시오.” 그 말이 마음을 흔들었다. ‘관심 있는 직원들.’ 나를 부른 건 아니었지만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가고 싶은 마음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면 너무 티 나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이 먼저 나서면 좋을 텐데.’ 눈은 서류를 보고 있었지만 마음은 계속 갈팡질팡했다. 그때 과장님이 말했다. “설명회 갈 사람은 다녀오세요.” 그 한마디가 나를 밀었다. “제가 갔다 올게요.” 입 밖으로 말은 금방 나왔지만, 그 말 한마디를 하기까지 며칠을 망설였다. 그만큼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재산1팀 희진 주임이 함께 가게 되었고 급히 나갔지만 버스는 이미 떠나 있었다.
희진 주임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간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망설여 놓친 그 기회를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혼자 버스를 타고 시립대 대강당으로 갔다. 강당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시장과 구청장이 들어오자 환호가 이어졌다. 하지만 내 관심은 행사 자체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30분간의 내빈 소개와 인사말이 길게 느껴졌다. 곧 서울시 정책실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나는 ppt 장면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담았다. 친환경 목조 구조, 공연장, 키즈카페, 헬스 프로그램, AI 창고까지 다양한 기능이 소개됐다. 이곳이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자꾸 도서관의 본래 기능을 떠올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라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 순간 내 마음 안에 또렷한 꿈이 생겼다. 이 도서관이 생기면, 나는 동대문구민에게 책 읽는 법과 글 쓰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설명회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이제야 분명해졌다.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곳을 향해 있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내 미래를 상상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다. 새로 지어질 도서관은 내 꿈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짧은 발표였지만 나는 그 시간 동안 내가 걸어가고 싶은 길을 그려보았다. 넓은 공간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마음껏 상상해 보았다.
발표가 끝나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았다. 스치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도서관 유치에 성공해 박수를 받았다. 누군가는 그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오늘 나는 박수를 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박수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길이 현실이 될지는 모르지만, 꿈을 그리는 순간 지금 해야 할 일이 더 또렷해졌다. 오늘은 새로운 생각이 스친 날이었다.
나에게 매일이 있다는 것은, 매일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가라는 말 같다. 그래야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