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마음이 빛나는 순간

월요일 아침, 한사람의 태도가 나에게 건넨 이야기

by 청아이
제목을 입력해주세요. (80).png

사람은 자신의 일에 애착을 가지고 기꺼이 힘을 쏟을 때 가장 아름답다.

오늘 아침 곽계장과 용두문화복지센터 2층 카페 ‘블룩’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 생각이 더 깊어졌다.

월요일 출근이 반가울 리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잠깐 나와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책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읽었던 문장이 다시 살아나고, 나의 생각도 정리된다.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주장이 강할 때도 있지만 그 말을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우리가 늘 가던 ‘이디야’가 폐점한 뒤 새로운 장소를 찾다가 이곳을 알게 됐다. 복지센터 안에 있고 계단을 올라야 해서 그런지 손님이 많지 않았다. 처음 갔을 땐 우리가 아침 첫 손님이었다. 그때 20대 단발머리의 여성 점원이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딸이 준 민생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했다. 미리 결제해 두고 차감하는 방식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2만 4천 원을 선결제하고 월요일마다 이곳에 오는 루틴이 자연스레 생겼다.

오늘은 세 번째 방문이었다. 점원은 땅콩빵을 굽고 있었다. 바빴을 텐데도 나를 보자 “선결제 해놓은 거 쓰셔야 하지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그 작은 배려가 마음을 편하게 했다. 보통 커피숍 점원들은 친절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다르게 느껴졌다.

왜일까.

그녀는 나를 기억해주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 알고 있었다. 점원이 아니라 주인처럼 보였다.

우리 이후에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의 핸드폰 뒷번호를 메모로 적어놓고 다음 주문을 바로 받았다. 혼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몸놀림에서 ‘이 일은 내가 책임진다’는 태도가 느껴졌다.

텀블러에 커피를 받아오는 길에 땅콩빵 광고를 보고 가능하냐고 물었다. 5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다시 결제했다. 나는 곽계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녀를 몇 번이고 흘끗 보았다. 반죽을 붓고 땅콩을 올려 굽는 일은 번거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단발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자연스럽게 일하고 있었다.

잠시 후 누런 종이봉투에 담긴 땅콩빵을 그녀가 직접 우리 테이블에 가져왔다. 발걸음은 또박또박했고, 두 손은 조심스러웠다. 말투는 부드러웠고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일어나 봉투를 받았다.

그녀의 말은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특별해 보였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표정과 움직임이었다.

아침부터 사무실에 가기 싫다는 마음이 내려앉아 있었다. 오늘 팀직원이 휴가라 그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내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기분이 가라않았다. 그런데 그 젊은 점원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민원인은 나를 귀찮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직장을 돈을 벌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 내 건강을 지탱해주는 곳으로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처럼.

민원인도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이 자리에 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나도 그 젊은 점원처럼

내 일에서 당당함과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아침, 사람은 언제 가장 아름다운지를 다시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그 한 사람을 보며 나는 또 한 걸음 마음의 방향을 바로잡게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서관 주민설명회에서 그린 나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