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서 한걸음 나올때 삶이 다시 움직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이다. 제목 그대로 편안함이 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편안하게 살기 위해 일하고 돈을 번다. 그런데 그 편안함의 추구가 과연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예전보다 현대인의 삶은 편안해졌다. 하지만 편안함만큼 우리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도 많아졌다. 음식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만큼 비만과 여러 질병이 늘어났다. 힘든 과정을 참아내는 힘은 약해졌고 예전 사람들이 지녔던 인내와 끈기도 함께 사라졌다. 작가는 지금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그 소중함조차 모르는 현상을 “편안함의 잠식”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부터 아침마다 얼굴이 붓는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엄마네 집에서 먹었던 냉동 칼국수가 떠올랐다. 면과 건더기와 양념이 한 상자에 들어 있는 제품이었다. 보관도 편해서 내가 사서 엄마네 냉동고에 넣어둔 것이다. 조리도 단순했다. 끓는 물에 모두 넣고 잠시 기다리면 완성된다. 냉장고 파를 썰어 넣으니 색도 좋았고 향도 살았다. 얼큰한 국물을 한 숟가락 뜨자 목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나는 국물까지 모두 마셔버렸다. 땀이 살짝 배어 나왔다. “쌀쌀할 때는 뜨끈한 국물이 최고야”라며 엄마에게 말했다.
간단하고 편리했다. 배고플 때 바로 먹을 수 있으니 더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며 ‘다음엔 더 사다 놓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거울 속 얼굴은 예전과 달랐다. 눈이 퉁퉁했고 베개 자국이 사라지지 않았다. 웃어 보려고 입을 옆으로 늘렸지만 얼굴이 뻣뻣했다. 눈두덩은 특히 심하게 부어 있었다. 어젯 저녁으로 국물까지 마셨던 칼국수가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 짜면 우리몸은 수분을 배출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분을 머금고 있는 있으니 얼굴이 부은 것이다. 조리법이 간단한 음식인수록 우리몸을 불편하게 만드는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된다.
요즘 인스턴트 식품은 넘쳐난다. 배가 고프면 참지 않아도 된다. 언제든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살기는 편해졌지만 그만큼 우리는 참지 못하게 되었다.
얼마 전 숙직하면서 정희원 작가의 <지속가능한 나이 듦>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는 일정 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공복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편리함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시대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는 불편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편리를 추구해 왔다. 그것이 발전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해 봐야 한다.
내 주변의 편리함이 나에게 어떤 불편을 가져오는지.
편리함을 모르고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편리함이 나를 약하게 만들고 있는 건 무엇인지.
삶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쉬운 길만 찾으면 마음이 나태해지고 작은 어려움에도 흔들린다. 몸이 편안함에 잠식되듯 마음도 편안함에 잠식된다. 불편함을 적당히 받아들일 때 사람은 단단해진다. 익숙한 것에서 한 걸음 나오려는 의지가 삶을 조금씩 바꾼다. 그래서 난 다시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