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아기 백조

by 브니엘

엄마 백조가 알 하나를 정성스레 품고 있습니다. 얼마 전 고양이의 습격을 받아 다른 알들은 모두 잃었고, 근처에서 우연히 알 하나를 발견해 정성으로 보살피고 있습니다.

"부인, 이건 부인의 알이 아니에요. 봐요. 크기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백조 알이 아닌데요."

엄마 백조도 이 알이 자신의 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어미가 어찌 자식을 몰라 보겠어요. 다 알면서도 키우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이 알이 제가 낳은 알은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아기를 제 아기로 키우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사랑으로 품어서, 누구보다 멋진 백조로 잘 키워 볼게요."

여러 날이 지나고 작은 아기가 알을 깨고 태어났습니다.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엄마 백조를 빤히 바라보는 아기 백조의 사랑스러운 눈빛에 엄마 백조의 마음이 설렙니다.

"이런! 우리 아기! 몸집이 좀 작구나. 하지만 엄마가 누구보다 크고 멋있는 백조로 키워 줄게!"

엄마 백조는 하나뿐인 자신의 아기에게 "하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으로 키웁니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이 녀석도 엄마에 대한 사랑이 유별납니다. 엄마 호수에 뛰어들면 녀석도 호수에 뛰어들고, 풀밭을 달려가면 녀석도 달려옵니다. 어느 백조 아기들보다 더욱 살가운 녀석 덕에 엄마 백조는 행복합니다.

"어쩌면 저렇게 활발하고 엄마를 잘 따를까?!"

엄마 백조는 하나 덕에 주변 엄마 백조들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녀석이 더 자라질 않습니다. 주변 백조 새끼들이 점점 커가고 백조다운 면모를 갖춰가는 동안 하나는 성장을 멈추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생긴 것도 영 독특합니다. 녀석의 존재만으로도 빛나던 엄마 백조의 행복이 좀먹기 시작합니다.

"하나야! 좀 더 우아하게! 좀 더 우아하게 걸으라고 엄마가 몇 번을 말했니?"

"하나야! 백조는 물고기를 먹어야지! 거기 벌레 같은 것들 먹지 말란 말이야!"

"하나야. 넌 누구보다 완벽한 백조가 되어야 해."

엄마의 사랑과 격려를 받던 하나의 모든 행동들이 이제는 걱정거리가 되었습니다. 하나는 어떻게 해야 엄마를 다시 웃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난 그냥 벌레를 잡아먹는 것이 좋은데. 난 그냥 이렇게 다니는 것이 좋은데.'

엄마를 위해 백조답게 행동해보려 애쓰지만, 늘 친구들에게 뒤쳐지기만 합니다.

'난 엄마를 화나게 하기만 해. 엄마는 내가 없는 것이 더 나을 거야.'

하나는 엄마를 위해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살던 호숫가를 떠나 밤이 새도록 숲을 헤매던 하나는 숲 속 호숫가를 발견하고 기뻐서 뛰어갔어요. 시원하게 물을 마시고 나서 호숫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다 보니 다시 서글퍼지기 시작해요.

'난 왜 엄마처럼 우아하게 생기지 못했을까. 저 크고 뭉툭한 부리에 짧은 목까지... 하...'

초라한 자신의 모습 뒤로 엄마가 화내는 모습이 보여요. 하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지나가던 개구리가 하나의 눈물방울을 맞아서 넘어지고 맙니다.

"어이쿠! 이게 뭐람. 아니, 길가에서 이러고 있으면 어떻게 해? 지나가는 이들이 불편하잖아"

"아, 미안해요. 난 그냥 너무 슬퍼서 울고 있었어요"

"뭐가 그렇게 슬픈 거지?"

"왜냐하면 난 멋있는 백조가 되지 못할 거예요. 키도 작고 또 우아하지도 못하고 또..."

"네가 왜 백조가 되지? 넌 오리잖아? 넌 백조가 될 수 없어"

"뭐라고요? 내가 백조가 아니라고요? 아니, 그것보다! 그럼 난 평생 엄마를 화나게 할 거라는 거예요?"

하나는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다시 울기 시작해요.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쉽게 말하는 개구리도 너무 밉고, 자신이 오리라는 사실도 너무 화가 나요. 쏟아지는 눈물방울을 맞으며 개구리가 물어봤어요

"이봐, 대체 왜 우는 거야? 오리가 오리답게 생기고 백조처럼 안 생긴 게 대체 왜 슬픈 거냐고?"

"그거야 난 백조가 되어야 하니까 그렇죠. 내가 우아한 백조가 되어야 엄마가 행복해요"

"무슨 소리야? 백조만 행복하다는 거야? 그럼 나도 울어야 하겠구나. 내 참... 이봐. 정말 꼭 백조가 되고 싶다면 말이지. 저쪽 호숫가 어떤 오리 집안에 무척 못생긴 아기오리 하나가 있었거든? 너무 못생겨서 형제들과 어울리질 못해서 집을 나갔지. 근데 나중에 꽤나 멋진 백조가 되어 돌아왔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거기 가서 물어보면 백조가 되는 법을 알려 줄지도 몰라"

백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하나의 가슴이 두근거려요. 이미 밤을 새워서 걸어왔지만, 힘든 줄도 모르고 저쪽 호숫가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가는 길에 하나는 너무 배가 고파졌어요. 풀잎에 맺힌 이슬과 함께 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이제 곧 백조가 될 테니 마지막으로 벌레를 한번 먹어도 되겠지'

하나는 평소에 엄마 눈치를 보느라 벌레를 먹을 때는 다급히 삼키곤 했는데, 편안히 한 마리 한 마리 눈치 보지 않고 음미하며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어떤 벌레가 더 맛있는 지도 알게 되었어요

'이렇게 생긴 벌레가 제일 맛있구나. 아... 이제 곧 백조가 될 텐데 이게 무슨 소용이야'

하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봅니다.


"아, 백조가 되어서 나를 한 번 찾아왔었지. 우리 애들만큼은 아니어도 꽤 예쁘게 잘 컸더구나. 그 아이가 어떻게 백조가 되었냐고? 그 아이는 원래 백조였어. 어쩐지 녀석은 오리 치고는 너무 못 생겼었거든. 제 형들 구박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었지. 어쨌든 잘 커서 다행이야. 오리들 사이에서 오리가 되려고 고생하다가, 집을 나가서 자신을 찾은 셈이지. 다행히 백조인 자기 삶에 만족하는 모양이더구나. "

"하지만 저는 백조가 되어야 해요. 그래야 엄마가 행복하거든요. 엄마가 행복해야 저도 행복하고요."

"무슨 소리야? 넌 백조가 되긴 너무 아까운걸? 벌레를 잘 잡게 생긴 그 부리, 네 발에 그 물갈퀴까지 넌 너무 멋진 오리란다. 우리는 다 같이 호숫가에서 수영도 하고 벌레도 아주 많이 먹을 수 있어. 오리는 멋진 거야. 백조가 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여기서 우리와 함께 살자! 멋진 오리야!"


하나는 오리들과 함께 꽥꽥대며 풀밭을 행진합니다. 모여 있던 개구리들이 비켜서며 길을 만들어줘요. 오리 친구들과 함께 다 같이 벌레 잡아먹기 시합도 해요. 하나는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배가 터질 것 같아요. 수영 시합에서는 하나가 1등을 하기도 했어요. 오리 친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답니다.

"와! 오리의 삶은 너무나 멋진 거였어요! 억지로 백조가 되려고 할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그렇지?! 오리라서 얼마나 재밌고 좋은 게 많은데 말이야. 백조가 되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은 접은 거지?!"

그러나 하루 이틀 날이 지나자 하나는 엄마가 보고 싶어 졌어요. 오리인 삶이 너무 좋지만 엄마와 함께하는 삶이 아니면 계속 행복하지 못할 것 같아서 하나는 엄마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은 하나는 밤낮없이 쉬지도 않고 발걸음을 재촉해 고향 호숫가로 달려갑니다.


하나가 저기 저 숲 끝에서 콩알만큼 한 크기로 나타났는데도 엄마 백조가 단박에 하나를 알아보고 뛰어옵니다.

"하나야! 무사한 거니? 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엄마는 너무 걱정이 되어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단다. 매일 나와서 너를 기다렸어"

"엄마! 전 사실 오리에요. 멋진 오리 떼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렇지만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엄마가 원하는 우아한 백조가 되지는 못하지만 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엄마랑 같이, 그렇지만 오리로 살고 싶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동안 하나가 겪은 일을 귀 기울여 듣던 엄마 백조는 갑자기 결연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하나야! 네가 꼭 오리로 살고 싶다면, 엄마가 널 위해 오리가 될게. 엄마가 어떻게든 오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한 번 찾아보마"

"아니에요 엄마! 난 엄마가 우아한 백조여서 좋아요. 내가 멋진 오리여서 좋은 것처럼요. 엄마는 그냥 엄마여서 사랑해요."

하나가 미소 띤 얼굴로 엄마를 안으며 말합니다. 하나를 품에 가만히 안고 있던 엄마 백조가 하나의 귀에 속삭입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우리 하나.

네가 오리여서

네가 하나여서

그냥 네가 너라서

엄마는 너를 사랑해"



백조가 되었으니까 행복해졌다는 결말이 늘 별로였습니다. 오리인 채로 행복하면 안 되는 걸까요?

백조들 사이의 오리도, 오리들 사이의 백조도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감사하고 즐겁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 보았습니다. 주인공 이름인 "하나"는 우리 다 모두 누구와 비교하거나, 무엇이 될 필요없는 각자 독특하고 소중한 하나뿐인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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