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아닌 ‘우리 학생’을 위한 캠퍼스
우리는 흔히 대한민국 대학의 경쟁력을 학문적 성과나 취업률로 측정해 왔다. 하지만 세계 유학 시장의 판도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제 QS와 같은 세계 대학 평가 기관들은 대학이 학생의 삶 전체를 얼마나 세심하게 돌보는지, 즉 '케어(Care)'와 '포용성(Inclusivity)'을 브랜드 평판의 핵심 지표로 삼기 시작했다. 유학생들이 한국 땅을 밟는 순간 마주하는 일상의 불편함은 곧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수준을 결정짓는 척도가 된다.
해외 귀빈들을 모시고 식당을 찾다 보면 우리가 마주하는 의외의 복병이 있다. 바로 '채식'이다. 동남아시아의 평범한 식당 메뉴판에도 채식주의자(Vegetarian) 표시가 친절하게 기재되어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의 식단은 예상보다 훨씬 더 육식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학생이 매번 식당에서 고기를 빼달라고 설명하기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제 대학 캠퍼스부터 바뀌어야 한다. 급증하는 이슬람권 학생들을 위한 할랄푸드와 다양해지는 학생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채식 식단을 학내 식당에서 당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음식이 주는 안도감은 유학생이 낯선 타국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해소하는 첫 번째 단추다.
음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종교적 배려다. 철저한 기도 생활을 이어가는 이슬람 학생들을 위해 학내에 크지 않더라도 정갈한 기도 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한다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이미 선도적인 대학들이 이를 실천하고 있으나, 모든 대학이 당연한 관행으로 받아들여야 할 과제다. 더불어 **'심리적 안전망'**의 구축은 생존의 문제다. 낯선 환경, 친구 관계, 학업의 어려움이 겹치는 새 학기는 유학생들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다. 이때 전문가의 상담 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다면 중도 이탈이나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유학생 집중 상담 기간을 운영하고 정착 초기부터 국내 학생과의 버디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주는 '마음의 방역'이 시급하다.
유학생들로부터 들은 가슴 아픈 건의 중 하나는 "우리도 타 대학이나 해외 교환학습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혹자는 "우리 학생들도 다 못 가는데"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유학생들은 동일하거나 혹은 더 높은 등록금을 지불하며 학업에 임하고 있다.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학교가 제공하는 기회에서 배제된다면, 그들은 한국에서 결코 '공정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취업 지원 활동부터 대외 교류 프로그램까지, 모든 교육 서비스에서 유학생을 제외하지 않는 행정의 유연함이 필요하다.
유학생 비중이 캠퍼스의 20%를 넘어서는 시대, 이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유학생을 우리 학생들과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교내 여론을 형성하고 국내 구성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대학 당국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대학에서부터 외국인과 내국인이 동등한 권리와 대우를 받는 경험을 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진정한 글로벌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세계 5대 유학 강국은 단순히 숫자로 달성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젊은 날을 보낸 유학생들이 "한국은 나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었고, 나는 그곳에서 안전하고 공정하게 대우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그 평판은 자연스럽게 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다. 우리 대학들이 국내 인재 양성의 틀을 넘어 '세계인의 성장을 돕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확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의 글로벌 다양성이 바로 이곳, 대학 캠퍼스에서부터 시작되기를 희망한다. 대학에서부터 외국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구성원으로 존중받는 경험을 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교육 선진국이자 포용 사회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