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년 : 세계가 놀라는 교육정책이야기(25)

학점은행제 : 평생학습사회를 실현하는 제도적 혁신

by Clara Shin

“인간은 배우는 존재이며, 배움은 삶의 본질이다.” 이러한 관점은 고대 철학자들로부터 현대 사상가들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플라톤은 “교육은 인간의 영혼을 불에서 빛으로 이끄는 과정”이라 하였고, 존 듀이(John Dewey)는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교육은 일생을 통해 지속되어야 한다는 철학은 현대 사회에서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시대별 국가 발전의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진화해왔다. 1959년 초등학교 의무교육의 달성을 시작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보편교육 확대가 이어졌으며, 1960-70년대에는 산업화에 필요한 기능인력 양성을 위해 직업교육이 강화되었다. 이후 1980년대 이후에는 고등교육의 확산과 함께 지식정보화사회에 기여하는 교육 기반이 정착되었다. 이러한 발전 속에서 1980년대부터는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평생학습사회’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1982년 제정된 「사회교육법」이며, 이는 1998년 「평생교육법」으로 개정되어 본격적인 열린 평생교육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였다. 이후 2007년에는 평생교육법이 전면 개정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강화, 평생교육기관의 다양화, 학습자의 권리 보호 등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평생학습 체계를 마련하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1998년에는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학점은행제가 도입되었다. 학점은행제는 기존의 정규 교육 체계를 벗어난 다양한 학습 활동—직업훈련, 자격증, 온라인 학습, 평생교육 기관 수강 등—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국가 주도의 제도이다. 이는 단지 비정규 교육의 보완책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의 유연하고 포용적인 고등교육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혁신으로 평가된다. 정규 고등교육과정 외부에서도 학위 취득이 가능하도록 하여 학습의기회를 확대하고, 교육의 문턱을 낮춘 정책적 혁신이라 할 수 있다.


2025년 2월 기준,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취득한 누적 인원은 약 111만 명에 달하며, 같은 해에만 3만 7,499명이 학사 또는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는 해당 제도가 단지 대안적인 제도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활용하는 중요한 교육경로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학점은행제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비정규 학습경로를 제도권 안으로 포섭한다는 데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중심으로, 학점인정 대상 기관을 평가·선정하고, 자격증 및 직업훈련 등의 학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일정 요건 충족 시 교육부 장관 명의로 정식 학위를 수여한다. 또한 독학학위제를 병행 운영함으로써 학습자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적 운영은 학점은행제가 단순한 예외적 경로가 아니라, 학력 인정의 공식 루트로 기능하게 만든다.


해외에도 유사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미국의 *Prior Learning Assessment (PLA)*나 유럽의 European Qualifications Framework (EQF) 등은 개인의 경험과 비정규 학습을 공식 교육성과로 인정하려는 제도적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학위 수여는 여전히 고등교육기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며, 국가가 주도적으로 학위를 수여하는 구조는 드물다. 이에 반해 한국의 학점은행제는 법률에 근거하여 국가가 직접 학위를 수여하고, 관련 기관을 통해 질 관리를 병행하는 점에서 제도적 독창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학점은행제는 단순한 제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고, 개인의 역량을 다각도로 인정하는 열린 교육 시스템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직무 전환과 재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학점은행제는 ‘선취업-후학습’, ‘직무경험-자격연계’와 같은 다양한 교육 경로를 제도 안으로 수용함으로써, 교육의 유연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핵심 제도로 자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학점은행제는 평생학습 사회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기반이며, 교육 복지의 확장과 교육 민주화 실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학위를 부여하는 기능을 넘어,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한 실질적인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학점은행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열린 고등교육 모델로, 미래 사회를 대비한 지속가능한 교육정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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