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양날의 칼
한국은 흔히 **‘시험에 강한 나라’**로 불린다. 실제로 OECD가 주관하는 만 15세 학생 대상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은 매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학과 과학 분야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TIMSS(국제수학·과학성취도평가)에서도 꾸준히 우수한 성과를 보여왔다. 특히 수학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성취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어, 여러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한국 교육의 성과는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학생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오랜 기간 체계적인 학업성취도 평가 제도를 운영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하며 학교 교육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평가 중심의 접근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진단하고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시험 중심의 교육은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평가 결과에 대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과정이 시험 대비 위주로 운영되거나, 학생들이 학습의 본질보다는 성적에 집중하게 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여전히 교육의 방향을 조정하고 학습 결손을 조기에 발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평가 시스템은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뒷받침해 온 핵심 요소이자 동시에 지속적으로 성찰이 필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은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학습 결손을 조기에 진단해 온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Achievement)**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였다. 이 평가는 전국 학생들의 교육과정 도달 정도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조기에 찾아내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한 제도이다. 학습에서 한 번 뒤처지기 시작한 학생이 이후 모든 학습 단계에서 연쇄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기 진단과 보충 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다.
이 평가는 국어, 수학, 영어 등의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학생의 성취도를 우수학력–보통학력–기초학력–기초학력 미달 네 단계로 구분해 통보한다. 학부모는 자녀의 학업 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학교는 학력 미달 학생의 규모와 특성을 파악해 적절한 예산과 지원, 상담 교사, 지역 사회의 자원 등을 연계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또 학생과 학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함께 실시되어, 가정환경·학교생활·학습태도 등 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이 분석된다.
이러한 학력 평가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그 시작은 무려 1959년, 중앙교육연구소가 실시한 초등학교 기초학력평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70~80년대에는 ‘전국적 학력 평가’라는 이름으로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평가가 이뤄졌고, 1998년부터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본격적으로 국가 수준 교육성취도 평가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점점 더 체계화되었다. 2000년에는 일부 표본 학생을 대상으로만 진행되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전수조사’로 확대되었다. 당시에는 학부모도 자녀의 학업 수준을 명확히 알 수 있고, 국가가 보다 정밀하게 교육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학교 단위 성취도 공개, 향상도 지표 공시 등 다양한 정보 공개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모든 제도에 양면이 있듯, 전수 평가 방식은 학교와 교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 학생 간 경쟁을 과열시키고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는 다시 표본조사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물론 현재도 국가 수준에서 평가 문항을 출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체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얻는 데이터는 여전히 교육 정책의 과학적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사례는 개발도상국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낙제나 학습결손으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초중등학생이 많은 국가들에서는, 한국처럼 전국 단위 평가를 통해 학력 격차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개입을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문항 개발 능력, 분석 역량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벤치마킹을 희망하고 있다.
결국 교육은 누구도 배움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단순히 성적을 줄 세우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형평성과 기회를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평가는 교육복지의 출발점이자, 모두를 위한 포용적 교육으로 나아가는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험이 교육활동의 방향을 바꾸거나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등 부작용도 존재한다. 이는 평가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 주도 시험이 어떻게 설계되고, 현장의 교사와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이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평가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것이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돕는 방식으로 구현되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조율해 나가는 데 달려 있다.
참고문헌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http://naea.kice.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