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 정책: 공정성과 자율성 사이의 균형
한국의 대학입시는 단순한 교육제도를 넘어 사회제도이다. 대학입시는 오랜 기간 국가의 직접적인 관리대상이었고 이는 많은 전문가들과 대학의 불만요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규제의 목적이 사회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엇고 지금까지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가치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3불 정책(三不政策)**이다. 이 정책은 1999년 도입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대학입시에서 기여입학제, 본고사, 고교등급제의 세 가지를 금지하고 있다.
이 정책의 뿌리는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7월, 신군부는 과열된 입시경쟁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정상화 및 과열 과외 해소 방안’**을 발표했고, 본고사의 폐지, 고등학교간 성적차이를 무시한 고교성적의 일률적반영 등을 포함한 대학입시 개혁을 단행하였다. 이후 1995년 5.31 교육개혁 당시 대학 자율성 확대 요구가 거세지며 3불 정책의 폐지 가능성도 논의되었으나, 정부는 교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이 세 가지 금지 원칙을 유지해 왔다.
3불 정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여입학제는 대학에 일정 금액을 기부한 학생에게 입학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기회 불평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본고사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생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으로, 과도한 사교육 유발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고교등급제는 고등학교를 등급화하고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고교 서열화와 학교 간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
법적으로는 기여입학제 금지가 헌법상 평등 원칙, 본고사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고교등급제는 교육부의 대학입학 전형 기본계획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 정부는 논술고사와 실기, 면접 등 일부 대학별 고사는 허용하되,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만 출제하도록 제한하여 사교육 부담을 최소화하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논술고사 준비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3불 정책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규제다. 미국과 일본은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본고사를 통해 대학입시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체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와 비교해 보면 한국의 3불 정책은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지키고자 하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신념과 전통을 반영한 독특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조차 거의 30년 동안 지속해 오며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수능 위주 전형에서 강남지역 학생들의 비중이 높다는 통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학생부 중심 전형이 확대되면서 명시적 고교등급제는 사라졌지만, 암묵적으로 고교의 특성과 배경이 고려될 여지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 사람의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획일적인 규제로는 창의적 인재를 포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학 입시에 있어 자율성과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기존의 3불 정책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제도의 방향성과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3불 정책은 한국 사회의 교육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을 지키려는 제도적 장치였다. 그러나 사회 변화에 따라 대학의 자율성과 창의적 인재 선발이라는 목표와의 균형이 요구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대학입시가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키는 동시에, 대학이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선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균형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대학이 진정한 자율성과 책임을 갖춘 교육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가 함께 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