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과 봉준호, 외국인에 비친 한국

GINI 계수가 말하는 객관적 진실

by Clara Shin

최근 미국의 한 대학 졸업식에서 연설에 나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은 학창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제 동기들의 절반 이상이 시골의 작은 마을 출신이었습니다. 저는 수많은 과외 수업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들은 스스로 공부하며 수많은 장애물을 이겨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저는 제가 매우 작게 느껴졌고, 겸손해졌습니다.”


삼성가 출신이자 글로벌 콘텐츠 기업 CJ ENM을 이끄는 그는 영화 기생충의 제작 후원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배경을 감사로 받아들이는 겸손함을 갖출것을 조언한 말이었으나, 교육이 전공인 나에게는 시골 작은 마을 출신들이 서울대 절반이 넘었던 한국의 입시제도가 관심을 끌었다.


반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올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사 독재 정권에서는 계층 간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가장 예민한 시기에 그런 환경을 겪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제의식이 내면화됐다.”


봉 감독의 발언은 그가 살아온 시대에 대한 정서적 감수성을 표현한 것이리라. 그러나 그는 이미 세계적인 인물로 기생충, 설국열차, 미키17 같은 작품들은 세계인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기에 그의 말한마디 또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의 말처럼 1980년대가빈부격차가 심화된 시대였는가에 대해서는 숫자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다.


숫자가 말하는 사실: 1980년대는 오히려 더 평등했다


첨부된 도표를 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1980년대 내내 하락세를 보인다. 지니계수는 소득이나 자산이 사회 내에서 얼마나 고르게 분배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0은 완전 평등, 1은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명이 피자 10조각을 나눠 먹을 때 모두 1조각씩 가져가면 지니계수는 0, 한 명이 전부 가져가면 1이 된다. 현실 세계의 국가는 대부분 0.2~0.5 사이의 값을 보이며, 0.3 안팎이면 비교적 평등한 사회로 평가된다. 1980년 약 0.37에 달하던 지니계수는 1995년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져 0.28 수준까지 내려간다. 이는 같은 시기 독일, 영국, 일본보다도 낮은 수치이며, 불평등이 오히려 줄어든 시기였음을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이 시기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시기와 겹친다.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과 함께 불평등도 심화되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임을 감안하면, 한국은 예외적인 패턴을 보인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 주도의 산업화, 농촌 출신 청년의 도시 유입, 교육 기회의 확대와 같은 사회정책과 맞물려 있다. 1970~80년대 한국은 출신 지역이나 계층에 관계없이 공교육 중심의 경쟁이 가능했던 나라였다. 재벌가 자녀나 대통령 자녀조차 일반 중고등학교에 배정되어 학교를 다녔고 동일한 입시 제도를 경험했다. 우리에겐 당연하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예상치 못하는 정책이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신입생의 절반 이상이 지방 출신이던 시절이었다. 대학생 수가 급격이 늘어난 시기이고 여성의 고등교육참여율이 높아진 시기이기도 하다,


2020년대의 한국은 여전히 평등한 나라인가?


최근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2020년대 한국의 지니계수는 약 0.31 수준으로, **독일(0.29)**보다 높지만 **영국(0.32), 프랑스(0.31), 미국(0.41 이상)**보다는 낮다. 즉, 한국은 여전히 OECD 평균보다 평등한 사회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우리는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강한 나라다. 이는 높은 교육열, 비교 중심의 문화, 사회이동에 대한 기대 수준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불공정이나 박탈감은 단순한 지표로 설명되기 어렵고, 오히려 국민의 민주적 감수성과 기대 수준이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절망이 아닌 균형 잡힌 자부심을 가질 때


물론, 이러한 한국의 구조도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고 있다. 경쟁과 사교육, 부동산 자산 격차 등 새로운 불평등 요소가 등장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절망이 아닌 균형 잡힌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외국친구들이나 팟캐스터 들이 한국을 기생충에서 나온 모습으로 인식하는 걸 볼때 나는 좀 불편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진정한 자존감은, 냉정한 성찰과 함께 객관적인 성과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한국의 지니계수(좌, 19802012년)와 실질 GDP 성장률(우, 1980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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