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의 대학 만들기: WCU, Study Korea
최근 한국의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연구 성과의 정체, 교육의 질 저하 우려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등록금 동결과 재정 제약 속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도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속에서 “한국 대학은 과연 국제적으로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국제 평가 지표는 이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2025년 QS 세계대학평가에 따르면, 서울대, KAIST, 연세대, 고려대, 포스텍 등 5개 한국 대학이 세계 100위 안에 포함되었다. 이는 1999년 BK21(두뇌한국 21) 사업이 시작되던 시점, 단 한 곳도 100위권에 들지 못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전 세계적으로 100위 안에 6개 이상 대학이 포함된 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뿐이며, 5개 대학이 포함된 국가는 한국 외에 독일, 중국, 홍콩만 존재한다. 이는 한국이 고등교육 경쟁력 면에서 국제적 중상위 그룹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적 도약의 배경에는 정부 주도의 고등교육 국제화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1999년 출범한 BK21(두뇌한국 21)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국가적 목표로 설정하고, 대학원 중심의 연구 인력 양성과 연구기반 확충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였다. 석·박사 과정 학생과 신진 연구자에게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대학의 논문 생산성과 국제 학술 활동이 활성화되었고, 이는 대학의 학문적 위상 제고로 이어졌다.
이후 2008년부터는 WCU(World Class University) 사업이 추진되었다. 세계적 석학을 국내 대학에 초빙하여 전임 교수로 임용하거나, 새로운 융복합 학과를 신설하는 등 국내 대학의 구조적 혁신을 촉진한 정책이다. 이 사업을 통해 해외 연구자들과의 협력 기회가 늘었고, 학생들은 글로벌 수준의 교수진과 함께 연구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비록 일부 외국인 교수의 체류 기간이 짧거나 협업이 제한적이었다는 한계도 있었지만, 국내 대학의 국제적 학술 생태계를 다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와 함께 영어 강의 확대와 외국인 교수 채용도 대학 교육의 국제화에 기여하였다. 특히 KAIST, POSTECH 등 이공계 특화 대학은 상당수 강의를 영어로 운영하며, 글로벌 학습 환경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외국인 유학생뿐 아니라 국내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과 국제 감각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영어강의 확대정책은 수업의 질이 확보되지 않는 등 부정적 영향이 대두되어 현재는 주춤한 정책이다.
또한 정부는 2004년부터 Study Korea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장학금 지원, 비자 제도 개선, 해외 유학 박람회 개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아시아 및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한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으며, 그 결과 외국인 유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캠퍼스의 다문화적 환경을 확대시켰을 뿐 아니라, 국제화 수준을 평가하는 글로벌 대학평가 지표 향상에도 도움을 주었다. 물론 유학생 증가에 따른 언어·문화 차이, 학업 적응 등 현실적 어려움도 일부 존재한다. 유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학업이나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국내학생들과 융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종합적으로 볼 때, BK21, WCU, 영어강의 확대, Study Korea 등 일련의 정책들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한국 고등교육의 질적 전환을 이끌어낸 핵심 동력이었다. 초기에는 양적 성장에 무게를 두는 측면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 경쟁력 확보라는 보다 근본적인 목표에 부합하도록 사업운영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대학은 우리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앞으로 한국 대학이 명실공히 세계 수준의 교육·연구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정교하고 장기적인 국제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QS 500위 내에 포함된 대학의 수도 13개에서 더 늘리기 위해 지역과 같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순히 외국인을 유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국제경험을 제공하고, 대학이 글로벌 지식 흐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창의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적 대학을 향한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