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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06. 2022

네가 떠난 자리

가을은 그대로



깔깔 웃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소곤대던 

연인들의 귓속말

해 질 녘까지

그늘을 찾아 앉던

노인들의

긴 그림자가 

떠난 자리


나무

혼자

남았다


후두둑

툭툭


낮에는

들리지 않던

나무의 울음소리


저녁 어스름에

또렷이

들려온다




큰애가 6살이던 작년까지만 해도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이 나와서 놀았는데 7살이 되니 모두들 어디로 갔는지 놀이터에 나오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다들 학원들을 보내고 있어서 벌써부터 바쁘게 지내나 봅니다. 첫째는 어디도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아무 곳에도 다니지 않다가 한 달 전부터 피아노 학원을 보냈는데 그마저도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짧다며 이번 달부터는 안 간다고 하십니다. 신랑도 저도 싫다는데 억지로 시키는 건 효율면에서도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이번 달부터는 다시 놀이터 생활을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해가 짧아져서 놀이터에서 5시만 조금 넘으면 벌써 어둑어둑해집니다. 

아이들이 미끄럼틀 타는 곳 앞에 플라타너스가 혼자 서있는데 저는 그 나무를 보는 게 참 좋습니다. 

여름이면 제법 넓은 이파리로 그늘을 만들어줘서 그네 타는 아이들을 보며 커피도 많이 마셨습니다. 

가을이면 쨍한 빨강과 노랑이 아니어도 큰 이파리가 떨어지는 만큼 공간을 만들어주는 그런 여백의 미를 한층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겨울이면 하얀 눈꽃을 피워내곤 높게 하늘을 향해 홀로 서있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저녁밥 시간이 되면 놀이터는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으로 분주해지는데 어느 날 조금 늦게 준비했더니 사람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놀이터가 텅 비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나무들이 떨궈낸 낙엽들의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사람들이 있을 때는 잘 들리지 않던 소리. 후드득.. 투툭.. 바스락.. 투루 루루.... 낙엽들과 나무들이 서로에게 인사하는 소리. 안녕을 고하는 이별의 소리들이 놀이터에 한가득이던 밤. 

그렇게 가을은 깊어져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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