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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05. 2022

다시

떠나고 돌아온다는 것

다시

당신이 떠난 자리

그대로 서서


아침해가 뜨고

지고

물이 얼었다

녹아

다시 흐르는 동안


다시 돌아온다는

당신의 약속을

기다립니다


간밤을 지나온

새가

노래하는 소리에

다시 문 밖 너머를

서성입니다


다시 온다는

그 말이

오늘도 빈 우체통을

가득 채웁니다



사람을 기다려본 적이 있을까요?

국민학교 6학년 때 북적이는 시장통 속에서 저는 한 사람을 기다려본 적이 있습니다.

기다려도 되는 건지, 내가 기다리는 게 그 사람을 슬프게 하는 건 아닌지 기다리는 것인지 체념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시간을 한낮의 사람들 속에서 느꼈었죠.


엄마는 아빠의 의처증이 심해지고 감시와 폭력이 더해지자 급기야 집을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시장 가는 일도 못했기 때문에 평소라면 데리고 가지 않을 나를 데리고 시장으로 갔습니다.

평소 시장 구경을 엄청 좋아해서 언제 엄마가 다른 형제를 제치고 나를 시장에 데려갈까 고대했었지만 그날은 왠지 마냥 신나지만은 않았어요.

엄마는 평소와 다르게 군것질거리도 사주고 양말도 사 주신 것 같아요.


"잠깐만 여기에 있어. 엄마가 어디 좀 다녀올게."


그렇게 불안한 뒷모습으로 종종 거리며 엄마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때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엄마가 떠나는구나.


내가 기다려도 될까?

내가 기다리기 때문에 엄마가 불행해지지는 않을까?

엄마 없이 내가 살 수 있을까?

영영 오지 않으면 어쩌지?

도망간 걸 아빠가 알면 어쩌지?


한낮에 사람들 속에서 혼자 서있으면서 참 여러 가지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잡지 말아야지...

울지 말아야지... 하다가

그래도 혹시 터미널에 가면 엄마를 마지막으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어

혼자 터미널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만나면 어쩌지... 붙잡게 되면 어쩌지...

나 때문에 불행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혼자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 없는 밤을 보내면서 집은 바닷속에 빠진 것처럼 차가운 적막 속에서

숨쉬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잠 못 들던 밤.

잘됐어.

엄마가 잘한 거야..

그런데 나는 어떡하지... 하며 밤을 설치고 있는데

새벽녘에 슬며시 문 여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퉁퉁부은 얼굴로

엄마가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멀리 떠나려고 버스를 탔는데 거기까지 우리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울고 있을 새끼들을 못 잊어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안 울었는데...


오히려 내가 울어서 엄마가 다시 돌아와 불행해지면 어쩌나 무서웠는데 엄마는 돌아오길 잘했다고 울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그때부터 엄마를 지켜야 한다고 내가 엄마를 잡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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