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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08. 2022

그녀의 시선

그 속에  수많은 나

그녀의 시선

시선이 내려앉은 곳

그곳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 걸까


때때로 거울 속에서

낯선, 어떤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좋은 사람

이기적인 사람

사나운,

그리고 외로운

내가


거울  밖에

서있다


나는

누구인가



고백하지만 나는 성격이 급하고 때로 변덕스럽고 때때로 시기심에 좁쌀만 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농담도 좋아하고 모험도 즐기며 침묵을 사랑한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전부 나다.


그런 내가 얼마 전 세입자분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다.

조금 다치셨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애들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급하게 나가다가 목발을 짚고 들어서는 세입자 분과 마주쳤다. 조금이 아니었다. 무릎에 보조기를 하셨고 혀도 봉합수술을 하셔서 죽 밖에 못 드신다고 하셨다.


출근하기 위해 퇴원했다는 말이 가슴 아팠다.

퇴원 기념으로 죽을 끓여주겠다고 하니 좋다고 하셔서 소고기를 사고 야채 다져서 맵쌀 죽을 한 솥 끓였다.

입맛에 안 맞을지도 모르는데 주제넘게 나선건 아닌지 하는 걱정을 오늘에서야 하는 나는 정말 덜렁이다.


어제는 전복을 사서 죽을 끓여드릴까 해서 문을 두드렸는데 답이 없었다. 맛이 없었나...


그런데 아침에 세입자분에게 장문의 문자와 함께 선물과 메모가 놓여있었다.


선물받은 샤인머스켓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마음만 받겠다고 하니 작은 정성이라도 받아달라고 해서 더 이상 사양을 못하고 받았다.


나는 아주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나태하다.

그러다 가끔, 아주 가끔 좋은 사람인데 나이도 있으니 이제 조금 더 좋은 사람을 많이 꺼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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