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서 좋은 것

by 이혜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멍하니 빈 공간에 있는 것이 가장 편할 때도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때와 장자에 심취해 있던 대학 시절 물건을 사거나 방을 채우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건 식물을 늘리는 데는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진정 사랑한다면 그것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공부하고 습성을 연구하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할 텐데 천성이 게으른 건지 제때 물 주고 창을 열어 환기를 시켜줄 뿐 따로 공부해서 더 크게 키우려는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한들거리는 잎새를 보는 것이 좋고, 오며 가며 한 송이씩 꽃을 피워 어제와 다름을 깨닫게 해 주는 게 감사할 뿐이다. 고양이처럼 보드라운 발걸음으로 걸으며 꽃들이 놀라지 않게 지나다니고 싶은데 나태해진 탓에 육중해진 몸을 지탱하는 발바닥이 날로 두꺼워져 걸음 소리도 둔탁하고 시끄러운 느낌이다.


공기처럼 가볍게 햇살 드는 작은 의자에 앉아 하루하루 두터워지는 잎새들에 감탄하고 싶다. 형광색 여린 싹들이 두터운 벨벳처럼, 혹은 카리브해의 굵고 깊은 파란색처럼 초록을 더해가는 것들을 볼 수 있는 건 봄이기에 가능하다. 이렇게 좋은 봄이기에, 비가 오고 바람이 조금 분다고 아쉬울 필요가 없다. 그저 좋다. 꽃들이 피고 지고 잎들은 더욱 찬란해지는 오늘이, 봄이라서 좋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 오는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