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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10. 2022

앞서 걷는 자

길을 걸었다

앞선 어떤 이의

발자국

따라가 보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더듬더듬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아..

저 앞에 마음 보따리

그 안에서

하나 둘

말이 새어 나와

길을 만들고 있었구나


지금, 이 길이

내가 만든 길이였구나



어느새, 올 한 해도 막바지에 다다랐네요.

혹시 아쉽거나 후회되는 일들이 있으신가요?

전 어느 순간부터 후회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미 지나갔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 일이 현재까지 이어와  지금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실수한 것 같으면 방법을 조금씩 바꿔가는 걸 택하고 있습니다.


저희 둘째는 머리 감는 걸 너무너무 싫어합니다. 태어나 6년 동안 머리만 감기면 자지러지게 울어서 달래도 봤다가 윽박지르기도 하고 온갖 방법들을 동원했어요.

그러다 드디어 신박한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건 바로


"네가 리자몽이라고 생각해봐! "


리자몽은 둘째가 가장 좋아하는 포켓몬이에요.

순간 도살장에 끌려가듯 욕실로 들어오던 둘째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내가 리자몽이야?"하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리자몽! 머리 씩씩하게 깜을 수 있나?!"

"네!!!!!"


드디어 6년 만에 안 울고 둘째의 머리를 깜겼습니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해요.

그리고 그 말이 위기에서 스스로를 구하기도 하죠.

울고 두려워했던 어제의 데이터는 필요 없었어요.

중요한 건 언제나 지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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