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시간

by 이혜연
마법의 시간

비 오는 날 창문을 열면 툭툭 투 툭 거리며 밤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 그네들의 뒷그림자를 지우는 빗물을 따라 함께 걷다 보면 잊혔는지 알았던 사람들, 가끔 불시에 부는 바람 끝에 그리웠던 사람들의 면면들이 함께 따라옵니다.


어두운 길을 홀로 걷지 않았음을, 지난 계절 내내 비를 함께 맞으며 동행해 주었던 많은 이들을 비가 오는 밤, 불러봅니다. 하루를 산다는 건 그때도 지금도 고단하지만 그래도 잘 견뎌왔음을 감사하게 됩니다.


어느새 오십이 넘어 시퍼렇게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우던 젊은 나는 사라졌지만, 살아가는 것이 끝없는 고행이라는 기본 명제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그 또한 살아있다는 증거가 됨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꽉 찬 지하철에서 우연히 내가 선 자리의 사람이 내리면서 자리를 앉게 되었을 때, 예쁜 풍경을 보며 길을 걸을 때, 아이의 웃음이 귓가에서 간지럽힐 때, 삶은 더 커다란 의미로 마법 같은 시간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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