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결에 새벽에 깨어 가만히 창밖의 어스름의 농도를 가늠해 본다. 어느 만큼 의 새로운 시간이 섞여야 사위가 밝아져 올까.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지금 내 모습에 대해, 내가 걸어온 길들 과 가야 할 곳에 대해 질문을 해본다.
얼마나 왔는지 닿고자 하는 그곳이 어느쯤에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다시 하루를 맞이하는 것 같아 막막할 때도 있고, 오늘 걷는 만큼 목적지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는 희열이 느껴지는 날들이 있을 때도 있다. 어제의 막막함이 오늘 햇살에 안개가 걷히며 길을 또렷이 볼 수 있을 때도 있고, 지나간 일들을 반복하고 있을 뿐 여전히 답보상태인 지금을 아쉬워할 때도 있다.
하지만 들어보렴. 진화라는 것이 더 나아지는 데 있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바람이 부는 날에도 쓰러지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으며, 빗속에서 울음을 삼키며 걸었던 우리는 여전히 오늘이라는 삶을 살아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겠니? 그러니 오늘을 잘 견뎌낸 서로를 위해 축배를 들자꾸나.